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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1.3조 국방비 펑크 사태…"통상 있는 일" 이라는 정부

중앙일보

2026.01.13 02:05 2026.01.1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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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불거진 국방비 1조 3000여억원 미지급 사태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정부의 모호한 설명이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주무 부처인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국방부는 예산 결산일까지 앞당기며 진화에 나섰지만, 정작 이런 일이 왜 발생했는지 원인을 놓고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 하고 있다. 일선 군 부대와 방산 업체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는 가운데 일각에선 재정 당국의 ‘안보 홀대론’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초유의 미지급 사태…급식·피복비도 포함

 육군 6사단 장병들이 13일 강원 철원군 작전 지역에서 혹한기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총 1조 3038억원의 ‘국방비 펑크’가 발생한 전말은 이렇다. 국회 국방위원회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2025년도 예산안 61조 2469억원 가운데 전력운영비(5002억원)와 방위력개선비(8036억)를 지급 받지 못 했다. 국방부가 집행하는 전력운영비는 부대 운영비이고, 무기 체계 관련 비용인 방위력개선비는 방위사업청(방사청)이 주무 부처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네 차례에 걸쳐 총 5조원의 예산 배정을 요청했다. 12월 5주차에 쓸 예산 1조 1200억원이 포함된 액수였다. 그런데 재경부는 마지막 주 자금에 대해 “한국은행의 국고 계좌 잔액이 부족하다”며 일부만 지급이 가능하다고 회신했다. 방사청도 비슷한 시기 1조원 넘는 자금을 요청했으나 국고 계좌가 텅 빈 관계로 이를 받지 못 했다. 그 결과 회계연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국방부·방사청이 1조 3038억원을 못 받게 된 것이다.

실제 미지급 국방비 중 전력운영비에는 부대 운영에 필수적인 예산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장병들의 급식·피복비 604억원, 군수 2235억원, 군사시설 1627억원, 정보화 관련 비용 227억원 등이었다. 방위력개선비에는 연합지휘통제체계(AKJCCS) 성능개량 사업 101억원, 한국형 전투기 보라매(KF-21) 최초 양산비용 146억원, 전술지대지유도무기 429억, 현무 탄도미사일 2차 성능개량 사업 64억원 등이 들어 있었다.



논란 확산에 9일 만에 결산 강행

당장 지난해 말일 부로 대금 지급을 받기 어려워진 일부 납품 업체들과 부대 운영 지원비를 받지 못 한 군 부대에서 “국방부가 돈이 없어 지급이 제 때 안 된다”는 논란이 빠르게 확산했다. 특히 급식·피복비는 당장 최일선에서 복무 중인 장병들의 복지와 직결되는 문제였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국방비를 매년 적시에 집행할 수 있도록 했던 건 안보 태세와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국고가 비어 국방비를 지급하지 못 한 사례는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장병들의 급식비는 매달 사후에 정산하는 구조라서 12월 분에는 영향이 없었다”면서 “피복도 여유 분을 구비하기 때문에 이번 일로 장병들의 실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올해 1월 초 들어온 세수로 지급을 했다. 이어 정부는 지난 9일 관계 부처 합동 보도자료를 내고 “금일 9시 부로 25년 말 지출하지 못 했으나 회계연도 이후에라도 집행이 필요한 소요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을 국방부·방사청에 지급했다”고 공개했다. 국방부엔 7685억원, 방사청엔 8036억원이 지급됐다.

사태는 9일 만에 일단락 됐지만, 국방부는 비상이 걸렸다. 통상 1월 말까지 각 부처들은 예산 결산을 마무리하는데, 국방부는 이를 앞당겨 1월 초 ‘밤샘 작업’으로 1주일 만에 진행했다. 회계연도가 2026년도로 바뀐 뒤 예산을 집행하려면 전년도 예산 전체를 결산을 낸 뒤 사고이월금·불용금 등을 계산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통상 있는 일" 뭉개며 의혹 커져

이번 사태를 두고 군 안팎에선 정부가 해명을 모호하게 하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작 전례 없는 국방비 미지급 사태가 왜 일어난 건지 재정 당국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고, 국방부도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다.

특히 재경부는 “다른 부처들은 통상 있는 일”이라며 “이례적인 상황이 전혀 아니다”란 입장을 보였다. 재경부 관계자는 “어느 해나 예산 중 일부는 12월이 아니라 다음해 1월까지 이월 집행된다”며 “국방부의 경우 12월 전까지 미집행한 예산이 다른 부처보다 더 많았기 때문에 이월된 예산도 유독 많게 보이는 것일 뿐 2023~2024년에도 이번보다 많은 액수가 이월 집행됐다”고 말했다. 이는 국방부가 12월까지 미집행 예산이 유독 많기에 예산 집행을 연말에 몰아했고, 이 때문에 해를 넘겨 집행하는 이월금 발생은 이례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방부가 지난해 12월에만 유독 자금 집행을 많이 한 것도 아니라고 한다. 국방부는 매해 12월 전체 예산의 12~13%를 균일하게 집행해왔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예산 집행률을 보면, 2024년 12월 한 달 간 연간 전체 예산의 12.7%, 2023년 13.4%를 집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10.8%를 집행했다.



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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