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스위스 화재 참사 희생자들을 소재로 한 만평을 게재했다가 스위스에서 고발당했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르파리지앵에 따르면 샤를리 에브도는 논란이 된 만평을 지면에 지난 9일 게재했다. 이날은 스위스 연방정부가 술집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하고 공식 추모식을 연 날로, 행사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도 참석했다.
만평은 화상을 입은 두 사람이 화재가 발생한 발레주 크랑몽타나의 설산에서 화상을 입은 인물들이 붕대를 감은 채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장면을 묘사했다. 불에 탄 흔적, 일그러진 표정 등은 화재 피해자가 연상된다. 제목은 ‘화상 입은 자들, 스키 타다’로 달렸으며, 오른쪽 하단에는 ‘올해의 코미디’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 화재로 40명이 숨지고 116명이 부상했으며, 사망자 가운데 9명은 프랑스 국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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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라도 용납 불가”…스위스서 고발
이를 접한 스위스의 한 변호사 부부는 발레주 검찰청에 샤를리 에브도를 고발했다. 이 변호사는 스위스 매체에 “나는 표현의 자유를 강력히 옹호한다. 나는 샤를리 에브도의 지지자이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 사례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이 만평은 피해자들의 존엄성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스위스 형법 135조는 보호할 만한 문화·과학적 가치 없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표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형을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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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여론 반발 확산…언론 윤리 경고도
화재 피해자 가족과 일부 여론도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엑스(X)에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생각해보았느냐. 부끄러운 줄 알아라. 역겹다”고 적었고, 해당 게시물은 다수의 공감을 얻었다.
앞서 스위스 언론위원회는 이달 6일 언론을 향해 “저널리즘 윤리 강령은 인간을 사물로 전락시키는 모든 선정적 표현을 금지한다. 관련자들의 고통과 유가족의 감정을 존중하라”며 보도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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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경영진 “풍자는 문자 그대로 읽을 것 아니다”
논란과 관련해 말리카 브레트 전 샤를리 에브도 경영진은 엑스에 올린 글에서 “풍자 만평이 반드시 배꼽 잡고 웃겨야 한다는 주장은 환상 속의 관점”이라며 “샤를리를 비판하는 일부가 항상 그렇게 하는 것처럼, 문자 그대로만 받아들이는 건 편리한 태도”라고 매체를 옹호했다.
1970년 창간된 샤를리 에브도는 정치·종교·사회·문화를 가리지 않는 과감한 풍자로 국제적 명성을 얻어왔다. 2015년 1월에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평을 게재했다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공격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