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은 내란특검팀이 사형을 구형하자 허탈한 듯 씩 웃음을 지었다. 서울대 법대생 시절 모의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맡아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윤 전 대통령은 이날 "비극적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전두환, 노태우보다 더 엄격한 단죄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형을 구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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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구형하자 웃음…변호사와 귓속말하며 헛웃음도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내란우두머리 혐의 결심 공판에서 내란특검팀 박억수 특검보는 "양형을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며 "법정형 중 최저형이 아닌 형은 사형밖에 없다. 이에 피고인 윤석열에게 사형을 구형한다"고 말했다.
무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구형의견을 듣던 윤 전 대통령은 사형 구형을 듣고 씩 웃음을 지었고, 이후 좌우를 둘러봤다. 방청석에서는 "미친 XX" "개소리" 등 욕설과 함께 "재밌다"며 웃음이 터져나왔다. 윤 전 대통령은 미소를 지은 상태에서 방청석을 둘러봤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구형 중간중간 왼쪽에 앉은 윤갑근 변호사에게 귓속말하며 웃음을 지었고, 대부분 정면을 바라보며 무표정으로 구형의견을 들었다. 박 특검보 발언을 들으며 자리를 고쳐앉거나 입맛을 다시며 주변을 둘러봤고, 코를 긁거나 귀를 만지기도 했다. 검찰 발언 중 자리를 비웠던 김홍일 변호사가 입정하자 김 변호사에게 말을 건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언급한 대목에서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박 특검보가 "(피고인은) 국회의원을 총으로 위협하고 강제로 끌어내는 지시까지 하여 그 지시가 현장 군·경에 하달되게 했다"고 말하자 헛웃음을 터뜨리며 윤 변호사를 바라본 뒤 자리를 고쳐앉았다. "다시는 권력의 독점과 유지를 목적으로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는 특검 측 발언에도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이후 김용현 전 국방장관을 시작으로 나머지 7명 피고인의 구형 의견이 시작됐다. 윤 전 대통령은 무표정으로 정면을 바라보며 구형을 들었고, 종종 윤 변호사와 귓속말을 나누며 웃음을 지었다. 이날 특검은 김 전 장관에게 무기징역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고 나머지 군·경 수뇌부에 징역 10~20년을 구형했다. 김 전 장관은 구형 후 굳은 표정으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징역 15년을 구형받은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마스크를 쓴 채 구형 내내 손으로 이마를 짚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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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무기징역 선고한 尹, 전두환 근거로 사형 구형받아
윤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학생 시절 12·12 모의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하며 당시 신군부 실세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사람"이라며 "저의 역사의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날 특검은 전 전 대통령의 사례를 들어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구형의견에는 '전두환'이라는 이름이 7번 언급됐다. 특검 측은 "비극적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전두환·노태우 세력에 대한 단죄보다 더 엄정한 단죄가 필요함을 실감하게 됐다"며 "형을 정함에 있어서는 재발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 결심공판이 진행된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형을 구형·선고받은 장소이기도 하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하늘색 수의와 흰 고무신 차림으로 나란히 법정에 서 있는 사진의 배경이 417호다. 윤 전 대통령은 피고인 신분으로 이 법정에 선 다섯 번째 전직 대통령이다. 1996년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2017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8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같은 법정에 섰다.
이날 변호인단에서 약 9시간 동안 서증조사 및 최종의견 진술을 하면서 이날 검찰 측 구형의견 진술은 오후 8시 50분에야 시작됐다. 검찰 구형 후 피고인들이 최후진술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 윤 전 대통령이 약 30분간 발언하겠다고 밝힌 만큼 피고인 8명이 모두 진술을 마치면 이날 결심공판은 자정이 넘어 끝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