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④=흑1은 정석이지만 빗나간 수다. 백2가 다가오자 흑3으로 받았다. 흑에겐 이 선수 한 방이 너무 아팠다. 지금 상황에서 흑1은 답이 아니다. 바둑은 상황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한다. 그래서 어렵고 그게 바둑의 묘미이기도 하다. 흑1은 백A의 준동을 막는 중요한 수이긴 하나 지금은 상변 어딘가를 차지하는 게 더욱 중요했다(백A가 몹시 껄끄러운 수지만 흑B로 버틸 수 있다).
◆AI의 선택=흑1은 선수다. 흑3도 선수다(백이 손 빼면 4의 곳을 밀고 들어간다. 그것으로 백 대마가 미생이 된다). 그다음 5의 곳을 둔다. 기존에 투자된 흑의 숱한 돌들이 이 수로 인해 비로소 빛을 얻는다. 하나 실전은 이 언저리를 백에게 선수당해 장대한 흑 세력이 빛을 잃었다.
◆실전 진행=서로 실수와 방향 착오를 주고받으며 바둑은 팽팽하게 흘러간다. 아직 흑이 약간 두텁다지만 바둑은 이제부터라 할 수 있다. 흑1은 중앙을 키우며 상변 침투를 엿본 수. 이때 박정환이 들고나온 작전이 검토실을 깜짝 놀라게 한다. 백2부터 죽죽 밀어 좌상을 키워 놓고 그다음 하변에 풍덩 뛰어든 것이다. 떨리는 수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