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부활하느냐 이대로 조용히 물러나느냐. 노바크 조코비치(39·세계 4위·세르비아)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
조코비치는 18일 호주 멜버른에서 개막하는 시즌 첫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호주오픈에 출전한다. 테니스 인생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대회다. 1987년생 조코비치는 30대에 뒤늦은 전성기를 맞은 대기만성형이다. 30대 중반을 넘어서며 좀처럼 무너지지 않아 ‘디펜딩 머신’, ‘금강불괴’라 불렸다. 그러나 세월과 더불어 어김없이 부상과 부진이 찾아왔다. 결국 최근 2년간 4대 메이저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에서 무관에 그쳤다. 최근 메이저 우승은 2023년 US오픈이다.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 이번에도 무너지면 10년 가까이 이어진 ‘조코비치 시대’는 사실상 끝이 난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조코비치는 호주오픈이 반갑다. 유독 호주오픈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호주오픈에서만 10차례 우승.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이다. 2019년부터 2023년 사이에는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으로 불참한 2022년을 빼고는 매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조코비치가 이번 호주오픈에서 우승하면 메이저 25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운다. 현재 그는 메이저 단식에서 24승으로 이 부문 최다 기록 공동 1위다. 조코비치 외에는 1960~1970년대 선수 생활을 한 마거릿 코트(호주)가 여자 단식 24회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조코비치의 경쟁자는 까마득한 후배 카를로스 알카라스(23·1위·스페인)와 얀니크 신네르(25·2위·이탈리아)다. 알카라스와 신네르는 최근 2년간 4대 메이저 대회 타이틀을 4개씩 나눠 가지며 테니스계를 양분하고 있다.
해외 베팅업체 윌리엄힐에 따르면 올해 호주오픈 남자 단식 우승 배당률은 신네르가 10/11로 가장 낮다. 알카라스는 6/4로 두 번째다. 10/1인 조코비치는 세 번째로 배당률이 낮은데 ‘2강’인 신네르, 알카라스와는 차이가 크다. 신네르 우승에 1달러를 베팅해 적중하면 1.91달러를 받지만, 조코비치 우승에 1달러를 걸었다가 예상이 맞을 경우 11달러나 받는다. 그 정도로 우승 확률이 희박하다는 냉정한 평가다. 조코비치는 최근 BBC 인터뷰에서 “그동안 나는 ‘수퍼맨’이라고 생각했다. 절대 다치거나 약해지지 않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현실에 뺨을 맞았다. 현실을 받아들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코비치는 “현재 내 최고 경기력과 그들의 최고 경기력을 비교하면, 그들이 더 낫다”면서도 “그러나 난 늘 불가능한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고 투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