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유통산업발전법의 도입 취지는 대형 점포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아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보호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시행 10여 년이 지난 지금, 결과는 참담하다. 대형마트 점포 수는 2017년 424개에서 392개로 줄었고, 업계 2위 사업자는 기업회생 절차를 논할 만큼 오프라인 유통은 고사 직전에 몰려 있다.
문제는 규제의 반사이익이 전통시장으로 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형마트 휴업일에 소비자들은 시장이 아닌 쿠팡·컬리 등 온라인 플랫폼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 유통법은 보호 대상도 지키지 못한 채, 오프라인 유통 생태계의 경쟁력만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현재 유통법은 산업 진흥보다는 산업 ‘통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 온라인 쇼핑 비중이 전체 유통의 절반을 넘는 초연결 시대임에도 여전히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을 ‘제로섬’ 경쟁 관계로 규정한다. 이는 유통 채널 간 경계가 무너진 옴니채널 환경에서 명백한 논리적 오류다. 오프라인 기업의 물류 인프라 활용을 제한하는 규제는 유통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차별이다. 대형마트는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0~10시)을 받지만, 이커머스는 365일·24시간 주문과 배송이 가능하다. 이는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하는 특정 사업자에게만 족쇄를 채운 기울어진 운동장이며, 소비자 선택권과 물류 효율, 유통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동시에 훼손한다.
이재명 정부는 ‘산업 대전환’을 화두로 디지털 전환과 상생을 강조하고 있다. 유통은 더는 단순한 판매업이 아니라 정보기술(IT)과 물류가 결합한 첨단 서비스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는 도심 거점 물류센터(MFC)를 활용한 이커머스 사업에 제약을 받고, 24시간 영업이 가능한 플랫폼 기업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기 어렵다. 영업제한 규제로 온라인 영업조차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쿠팡 사태 이후 개인정보 보호, 입점업체 거래 관행 관련 공정거래, 심야배송 관련 플랫폼 노동 이슈가 부각되면서 소비자들은 보다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있다. 그러나 선택지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모든 정책의 최종 지향점은 국민, 즉 소비자여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대형마트도 최소한 온라인 영역에서는 24시간 영업을 허용해야 한다.
‘작은 핀셋 규제’ 하나만 풀어도 소비자에게 ‘혁신’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현재 국회의 발의돼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