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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손 든 애플, 그 손에 AI 쥐여준 구글

중앙일보

2026.01.1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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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제미나이 공급 ‘빅딜’

애플이 아이폰에 탑재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반 모델로 구글의 제미나이(Gemini)를 채택했다. 모바일 시대 맞수였던 애플이 AI 분야에서 사실상 백기를 들면서, 구글이 글로벌 AI 전쟁의 승기를 잡는 모양새다.

애플과 구글은 12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기반) 모델을 구글 제미나이 모델과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구축하는 다년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애플이 올해 선보일 AI 비서 ‘시리(Siri)’ 새 버전을 포함한 애플 인텔리전스의 주요 기능을 구동하는 데 구글 AI를 활용한다는 의미다. 애플은 구글과의 계약에 대해 “신중한 평가 끝에 구글의 AI 기술이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을 위한 가장 유능한 기반을 제공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애플 인텔리전스는 애플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서 구동되므로 구글이 사용자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

이번 계약의 구체적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블룸버그는 지난해 11월 양사가 연간 약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 계약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시장은 애플과 구글의 ‘빅딜’에 반응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이날 뉴욕 증시에서 전 거래일 대비 1% 올랐고, 시가총액은 4조 달러(약 5898조원)를 돌파했다.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애플에 이어 사상 네 번째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에 이어 아이폰·아이패드 등 iOS 진영까지 AI 서비스를 포괄하게 됐다. 모바일 AI의 핵심 디바이스인 스마트폰·태블릿 시장에서 결정적 승리를 거둔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로이터는 “구글의 기술이 삼성 ‘갤럭시 AI’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활성 기기 20억 대 이상을 보유한 애플의 거대한 시장 진출 기회까지 확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애플은 자체 AI 개발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2024년 말부터 오픈AI의 챗GPT를 시리와 애플 인텔리전스에 연동했다. 이는 시리가 답하기 어려운 복잡한 질의에 한해 사용자에게 챗GPT 사용을 묻는 ‘선택적 기능’이었다. 반면 이번 구글과 협력은 구글 AI가 시리와 애플 인텔리전스의 토대에 깔린 것으로, 오픈AI의 협력과는 성격이 다르다.

글로벌 IT업계에선 ‘구글의 반격’에 주목하고 있다. 2023년 11월 오픈AI의 챗GPT 등장 이후 구글은 한동안 오픈AI에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제미나이3 모델을 출시한데 이어, 이미지 생성 모델인 ‘나노 바나나’도 호평을 받으면서 판세를 뒤집었다.

구글이 승기를 잡은 배경으로는 AI 모델부터 하드웨어까지 아우르는 ‘풀스택(Full-stack) 전략’이 꼽힌다. 구글은 AI 모델 제미나이를 중심으로 검색·유튜브 등 다양한 서비스,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포함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10억 명 이상 사용자를 보유한 크롬·검색 등에서 나온 방대한 데이터, 유통망을 다른 기업들이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형태다. 구글이 자체 설계한 반도체 칩인 TPU(텐서처리장치)는 AI 연산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특화했다. 구글은 제미나이3를 TPU만으로 개발했다.

구글의 뒷심을 결정적으로 뒷받침한 건 막강한 자본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픈AI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야 했지만, 구글은 주력 산업 분야에서 벌어들인 수익으로 연구·개발, 인재 영입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서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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