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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자와즈키의 마켓 나우] 은행 빈자리 파고든 ‘2조 달러’ 사모 크레딧

중앙일보

2026.01.13 07:12 2026.01.1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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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자와즈키 블랙스톤 크레딧 및 보험 부문 글로벌 CIO
은행 대출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말은 과장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기업 금융 현장에서는 분명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규제와 절차에 묶인 은행이 대출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사이, 사모 크레딧(private credit)이 새로운 자금 공급원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사모 크레딧은 기업이 은행이나 증권시장을 거치지 않고 투자자로부터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거래가 공개되지 않고, 기업 여건에 맞춰 대출 조건을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시장의 성장 속도는 이미 무시하기 어렵다. 글로벌 사모 크레딧 시장 규모는 약 2조 달러에 이르며, 불과 10여 년 만에 몇 배로 커졌다. 매킨지에 따르면 잠재 시장은 30조 달러에 이른다. 급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투자를 기다리는 기업과 프로젝트는 많지만, 이를 뒷받침할 유연한 대출 통로는 여전히 부족하다. 이 간극이 사모 크레딧의 성장 여지를 키우고 있다.

급성장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부실이 쌓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시장의 흐름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연체와 부실은 불가피하지만, 관리 가능한 범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많다. 경쟁력 있는 운용사일수록 대출 초기부터 담보와 구조를 보수적으로 설계하고, 위기 상황을 견딜 수 있는 기업에만 자금을 공급한다.

김지윤 기자
사모 크레딧의 강점은 맞춤형 금융에 있다. 은행 대출이 정해진 틀을 따르지만, 사모 크레딧은 기업의 사업 구조와 현금 흐름에 맞춰 조건을 조정한다. 자금 집행 속도가 빠르고, 거래가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점도 기업에는 매력이다. 투자자에게는 주식보다 변동성이 낮으면서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한다.

금리 환경이 바뀌어도 이 흐름은 쉽게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리 인하는 표면적인 수익률을 낮출 수 있지만, 기업의 이자 부담을 줄여 재무 안정성을 높인다. 동시에 인수합병과 투자 활동이 늘어나면 대출 수요는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사모 크레딧이 기존 금융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은행 대출이나 공모 채권이 채우지 못하는 공백을 메우는 보완재에 가깝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와 유연하고 확실한 자금을 원하는 기업의 이해가 만나는 지점에서 이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다만 모든 운용사가 같은 역량을 갖춘 것은 아니다. 투자자라면 성장성보다 운용 원칙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먼저 살펴야 한다. 이러한 기준을 충족한다면, 사모 크레딧은 변화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포트폴리오의 안정성과 수익성을 함께 높여주는 자산군이 될 수 있다.

마이클 자와즈키 블랙스톤 크레딧 및 보험 부문 글로벌 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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