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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투트랙 전략 필요한 K휴머노이드 계획

중앙일보

2026.01.13 07:20 2026.01.13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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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미국 언론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로봇 업계 최고경영자들을 잇달아 만나면서 로봇 산업계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와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지원하기 위해 인공지능(AI)에 이어 로봇 산업에 눈을 돌리고 있으며, 관련 행정명령 발령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 로봇산업, 미국 추월 임박
요소 기술에 선택·집중 투자하고
한국형 로봇 모델 개발 나서야

국제로봇연맹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전세계 산업용 로봇 신규 설치 대수의 54%나 되는 29만5000대를 공급했다. 특히 중국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국가핵심산업으로 지정하고, 첨단제조·국방·공공안전 등의 분야로 적용 대상을 넓혀가며 산업 지배력을 강화해 가고 있다. 중국에는 맞춤형 부품들을 빠르게 제작해 주는 후방 제조 생태계가 견고하게 구축돼 있어 새로운 휴머노이드 로봇 하드웨어 개발이 1년 내에도 가능하다. 중국 특유의 인해전술로 로봇 AI 학습에 사용되는 고품질 데이터를 양산하기에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미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한국 정부도 지난해 거대한 K휴머노이드 계획을 수립하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세계 3대 휴머노이드 강국이 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정부·학계·기업이 참여하는 K휴머노이드 연합체를 구성하고, 203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해 로봇 AI와 하드웨어 핵심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큰 비전이 구호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정교한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1조원 규모의 투자로는 미국·중국 같은 거대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생태계를 새롭게 키워내기엔 역부족이다. 따라서 현재 짜인 생태계에서 차선의 공존 전략을 찾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미·중 양국의 선두 기업들은 마라톤·공중제비·쿵푸 등의 시연을 통해 핵심 하드웨어 기술의 성능과 내구성이 상용화 가능한 수준임을 입증했다. 이런 흐름은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도 거듭 확인됐다. 중국은 올해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으로 보급할 계획도 제시했다. 향후 양산 단계에 접어들게 되면 지금의 로봇 원가와 중요도 면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구동장치(Actuator)와 감속기 등 주요 기계적 부품의 비중과 가격은 대폭 낮아질 것이다.

대신 현재 원가의 10~20%인 로봇 AI와 반도체는 그 중요성이 50% 이상으로 커질 것이고, 향후 로봇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의 전략으로 5년 이후 중요해질 요소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범용인공지능(AGI) 기반 로봇 AI와 추론용 저전력 반도체는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주요 부품 기술들이다.

이와 동시에 한국형 휴머노이드 로봇 모델 개발을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 완전자율주행 기술은 15년 이상의 상용화 노력 끝에 현재 9부 능선을 넘고 있지만, 기술 측면에서 친척뻘인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상태다. 그러나 로봇계 대부로 불리는 로드니 브룩스 전 미국 MIT 인공지능연구소장의 조언처럼 미래의 로봇은 인간의 모습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아닐 수도 있다. 인간 형상의 로봇을 대상으로 한 현재의 학습 방식은 아무리 다양한 행동을 학습시켜도 결국 인간의 동작 능력 수준을 크게 넘어서기 어렵다. 따라서 인간의 작업 효율성을 초월하는 로봇을 원한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의 개념부터 우리 목적에 맞게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

일례로 인간의 신체 구조보다 작업 효율성이 더 좋은 새로운 로봇 형상을 기반으로 인간 수준을 능가하는 로봇 AI를 개발한다면 산업 경쟁력 차원에서 차별화된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 물론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 전문가 지적대로 로봇 AI 분야에서 자본력과 데이터를 확보한 1위만 살아남을 텐데 지금 한국 현실에서는 두 가지 모두가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은 가까운 미래는 과대평가하고 먼 미래는 과소평가한다. 그러나 멀다고 생각한 미래가 의외로 빨리 다가올 수 있다. 불과 3~4년 후에 외국에서 수입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한국 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될 수 있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로봇 산업에 대한 정교한 육성 전략이 필요한 때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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