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해 10월 경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두 달 만의 재회로, 한·일 셔틀외교가 정상 궤도에 올랐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한국 대통령이 14년 만에 일본 지방 도시를 직접 찾은 이번 ‘나라 회동’은 형식적 의전을 넘어 양국 관계가 실질적 신뢰 단계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장면이었다.
국제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동북아 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한·일 협력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다.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고, 미·중 전략경쟁과 공급망 재편 속에 한국과 일본은 서로의 취약을 보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파트너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으로 중·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한·미·일 협력과 더불어 한·중·일 소통의 필요성까지 언급한 것은 균형 외교의 의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1942년 조세이 탄광 수몰사고 유해의 DNA 감정을 추진키로 한 것은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이다. 이런 성과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한·일 관계가 미래지향적 관계가 돼야 함은 재론의 여지 없이 명백하지만, 그렇다고 과거사 문제가 가려져서는 안 된다. 당장 다음 달로 예정된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에서 일본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가 시금석이다.
또 이번 회담에서 AI(인공지능)와 지식재산 보호, 저출생·고령화 대응, 스캠 범죄 등 초국가 범죄 공동 대응 등 당면한 공통 과제를 논의한 건 의미가 있다. 특히 청년 교류 확대와 출입국 간소화, 기술 자격 상호 인정 확대 제안은 미래세대 중심의 한·일 관계를 겨냥한 실질적 접근으로 평가할 만하다.
‘나라 회동’은 종착점이 아닌 출발점이다. 합의는 제도로, 신뢰는 성과로 증명돼야 한다. 청년 교류와 인적 이동의 장벽 완화 등 체감 가능한 협력이 뒤따라야 한다. 실질적 성과가 하나하나 쌓이고, 그 성과가 정책과 제도로 이어질 때 한·일 관계는 정권을 넘어 안정적 협력의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선순환의 진전을 차근차근 쌓아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