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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뒤끝’…금리 안 내렸다고 파월에 소환장

중앙일보

2026.01.13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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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24일 미국 워싱턴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청사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사비가 늘었다고 지적하자, 제롬 파월 의장(오른쪽)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통령과 중앙은행 수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미 법무부가 ‘연방 자금 유용’ 혐의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자 파월 의장이 “대통령의 지시대로 금리를 내리지 않은 데 대한 위협”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사태가 미국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발단은 연준 청사의 개·보수 비용이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에서 “연준 청사 개·보수에 대한 지난해 6월 나의 의회 증언과 관련해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9일 받았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이 의회에서 증언한 내용의 허위 여부에 대한 수사가 개시됐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에도 현직 대통령으로는 이례적으로 연준 청사를 ‘급습’해 생중계 카메라 앞에 파월 의장을 세워 놓고 “(청사) 공사 예산이 27억 달러에서 많이 상승한 31억 달러가 됐다”고 몰아세운 바 있다.

그러나 개·보수 비용이나 증언은 구실일 뿐, 기소 압박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요구에 저항한 자신을 향한 ‘보복’이라는 게 파월 의장의 판단이다. 그는 영상에서 “이 전례 없는 행위는 행정부의 위협과 지속적인 압박이라는 맥락에서 봐야 한다”며 “형사 기소 위협은 연준이 대통령의 선호를 따르기보다 공공의 이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되는 방향에 따라 금리를 결정해 왔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11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 성명. [로이터=연합뉴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부터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했고, 파월 의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이 웨이’ 행보를 걸었다. 지난 1년간 금리를 세 차례에 걸쳐 0.75%포인트 내려 현재는 연 3.5~3.75% 수준이다. 트럼프가 파월을 “너무 늦은 사람(Mr. Too late)”이라고 깎아내린 이유다.

대통령이 국가 기관인 법무부를 움직여 다른 국가 기관인 연준의 수장을 공격한 이번 사안에 대해 미국 정치·경제계에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벤 버냉키, 앨런 그린스펀, 재닛 옐런 등 역대 연준 의장과 경제학자 13명은 12일 공동성명을 통해 이번 수사를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공격”으로 규정하며 “이는 인플레이션과 경제 기능에 매우 부정적 결과를 수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이날 “이 사안이 신속히 해결되고 연준에 대한 정치적 개입으로 비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매체 악시오스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월에 대한 수사가 상황을 엉망으로 만들었고, 금융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며 행정부 내부에서까지 불협화음이 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오는 5월 퇴임하는 파월 의장의 뒤를 이을 차기 의장 후보로는 4명이 거론된다.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릭 리더 블랙록 글로벌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다. 모두 금리 인하에 찬성하는 ‘비둘기파’다.





강태화.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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