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이민성 한국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이 굳은 표정으로 완패를 인정했다.
이민성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U-23 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프린스 파이샬 빈 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C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0-2로 패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1승 1무 1패, 승점 4로 조 2위를 기록하며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우즈베키스탄이 2승 1무(승점 7)로 조 1위를 차지했고, 같은 시각 이란을 1-0으로 잡아낸 레바논이 1승 2패(승점 3)로 3위, 이란이 2무 1패(승점 2)로 4위에 자리했다.
이날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로 8강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졸전을 펼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만약 이란이 레바논을 꺾었다면 조 3위까지 떨어질 뻔했다. 레바논 덕분에 경우의 수로 겨우 살아난 것. 김상식 감독의 베트남이 3전 전승을 거두며 조 1위를 차지하고, 중국이 호주를 잡아내며 조 1위 싸움을 펼치고 있는 점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사진]OSEN DB.
경기 내용도 실망스러웠다. 한국은 빈공에 시달리며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고, 전반 6분 결정적인 찬스는 강성진의 아쉬운 슈팅으로 놓치고 말았다. 후방 빌드업에서도 호흡이 맞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답답했던 이란과 1차전 전반이 오버랩됐다.
후반엔 허술한 집중력 문제까지 노출됐다. 후반 3분 위험 지역에서 공을 제대로 걷어내지 못하면서 베르주존 카리모프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했고, 후반 11분엔 치명적인 패스 미스로 실점이나 다름없는 위기를 맞았으나 이현용의 태클과 홍성민의 연이은 선방으로 겨우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한국은 후반 35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막지 못했고, 박스 안에 수비 숫자는 많았으나 상대 공격수를 놓치며 세컨볼을 전혀 견제하지 못했다. 결국 사이두마르콘 사이드누룰라예프의 강력한 왼발 슈팅에 두 번째 골을 실점, 그대로 무릎 꿇었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이민성 감독은 경기 막판 공격 숫자를 늘리며 만회골을 노려봤지만, 단조로운 롱패스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날 한국은 90분 동안 유효 슈팅 단 1개를 기록하는 데 그쳤고, 빌드업과 수비 조직력도 냉정히 낙제점이었다. 그렇다고 선수들이 먼저 발을 뻗고 한 발 더 뛰는 투지와 몸싸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OSEN DB.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민성 감독은 "오늘 우즈베키스탄에 완패를 당했다. 우리가 하려는 플레이를 전혀 못했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다시 잘 준비해야 한다"라고 짧게 소감을 전했다.
한국은 8강에서 D조 1위와 맞붙는다. 중국 혹은 호주와 이라크와 만날 수 있다. 특히 중국은 이라크와 비기고 호주를 잡아내면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미 중국 내에선 토너먼트에서 한국을 만나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반대로 이민성 감독은 어떤 팀을 만나게 될지에 관한 질문을 받자 말을 아꼈다. 그는 "일단 우리 팀의 문제를 먼저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우리가 제다로 넘어가서 상대가 결정되면 분석을 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우리 팀이 일차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먼저 우리 팀을 분석하며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뒤이어 이번 경기 한국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민성 감독은 "강점이라고 이야기할 부분은 없는 거 같다. 일단 내가 전술적으로 실수를 했다. 선수들 역시, 우리가 베스트 멤버를 짜는 상황에서 혼선이 있었던 것 같다. 다시 준비해서 잘 정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빠르게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사진]OSEN DB.
한편 이민성 감독이 직접 언급한 전술적 실수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소극적인 태도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단적인 예가 후반 28분 장면이었다. 우즈베키스탄이 좌측 돌파를 시도하던 도중 공이 골라인을 넘어선 것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은 끝까지 플레이해 한국 골망을 흔들었지만, 한국 선수들은 아직 주심의 휘슬이 불리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판단해 플레이를 멈춰 버렸다. 한국 벤치에서는 끝까지 하라는 애타는 외침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한숨을 참지 못했다. 그는 "추가 실점까지 내준 뒤에도 경기를 뒤집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보이지 않는다. 경기력을 떠나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태도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 "2살 어린 상대로 2골을 뒤져 있는데 선수들이 몸싸움을 하는 모습이나 움직임은 축구선수 출신으로서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영표 해설위원의 작심발언은 계속됐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본 경기 중에서 경기력이 제일 안 좋았다. 이유를 하나 꼽기가 어렵다. 처음부터 끝까지였다. 가장 충격적인 건 선제 실점 이후 반응이었다. 골을 넣기 위해선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몸싸움을 해줘야 하는데 그런 열정이 충분히 보이지 않았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