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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도 견뎠는데"…인구 절벽에 비명 지르는 백년학교들

중앙일보

2026.01.13 12:00 2026.01.13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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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있는 경신중. 1885년 세워져 서울 정동·연지동·정릉동에 있다가 1955년 이 자리로 옮겼다. 김민상 기자


서울 종로구·용산구·중구에서 설립 100년을 넘긴 중학교 상당수가 교육 당국으로부터 올해 학급을 줄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학교 관계자들은 예상보다 빠른 학령인구 감소에 학교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다고 대책을 호소했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중부교육지원청은 지난 12일 학급 감축 통보 공문을 해당 학교에 보냈다. 종로·용산구·중구에는 설립된 지 100년 이상 된 중학교가 9곳이 있는데 이중 6곳(경신중·덕수중·덕성여중·동성중·선린중·오산중)이 감축 통보를 받았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경신중학교는 1~3학년 전체 12학급을 11학급으로 줄여야 한다. 경신중은 호러스 G 언더우드(1859~1916) 선교사가 1885년 설립한 언더우드학당이 모태다.

길덕호 경신중 교장은 “일제 강점기 때에도 민족 교육을 통해 독립에 이바지한 학교”라며 “종로구엔 우리 학교처럼 역사적인 학교들이 많은데 (학령인구 감소가) 이대로 몇 해 더 간다면 (학교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길 교장은 “인근 교육지원청 관내의 학생도 입학이 가능하게 하거나, 서울이나 경기도의 신도시에 새로운 학교를 세우는 대신 기존 사립학교가 이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용산구의 오산중학교도 신학기부터 1개 학급을 줄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1907년 평안북도 정주에 설립됐던 오산중은 광복 이후 공산주의 체제가 들어서자 월남해 서울에 자리 잡았다. 박재현 오산중 교감은 “학급 수가 줄면 교사도 줄어 학교 운영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영옥 기자

앞서 관내 초·중·고 36개교 중 21개(58%)가 ‘백년학교’인 종로구에서는 지난달 감축 대상 학교 교장들이 구청에 모여 긴급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정상적인 학교 운영을 위해선 학년당 최소 4개 학급은 필요하다”며 학급 감축에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교육청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급을 줄여야 하는 학교는 이달 안에 교사도 줄여야 한다. 교사가 줄면 그만큼 다른 교사들이 맡는 행정업무 부담도 늘어나게 된다. 학교 관계자는 "한 학년 학급이 3개 이하로 되면 반 대항 토너먼트로 진행하던 체육대회도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가 감소하면 절차에 따라 예산과 교사 수를 줄여야 한다”며 “특정 지역만 학급 감축을 늦추면 다른 지역과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에 따라 학급 감축과 폐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최근 공개한 ‘2025년 초중고 학생 수 추계 보정 결과(2026~2031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은 총 29만8178명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1월 밝힌 추계에선 2027년 30만명 아래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으나 1년 앞당겼다.

초·중·고 전체 학생 수는 올해 483만6890명으로 줄어 500만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추산됐다. 중학생은 올해 133만9137명에서 2031년 106만5750명으로 5년 만에 2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김민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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