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일본 나라현 컨벤션 센터. 방일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진행 중이던 시각 김혜경 여사가 재일 동포 예술인들과 차담회를 주재했다. 차담회에서 단연 눈길을 끈 건 알록달록한 궁중 한과였는데, 참석자들이 감탄을 자아낸 한과를 만든 이 날의 셰프는 김 여사였다.
김혜경 여사가 ‘영부인 외교’에서 한국 음식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대한 이목을 받지 않으며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지만, 해외에서는 ‘K-푸드’의 우수성을 알리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김 여사는 전날 아침 한식당 ‘품 서울’의 노영희 셰프 스튜디오를 찾아 노 셰프와 함께 하루를 꼬박 쏟아 한과를 만들었다. 송화 다식, 잣엿, 생란, 율란, 약과를 종류별로 만들어 정갈한 도기에 담고, 솔잎을 장식으로 올려 일일이 보자기로 낱개 포장을 했다.
한과 아이디어는 김 여사가 직접 낸 것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우리 동포들에게 우리의 전통 간식을 대접하겠다”는 취지로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여사는 그간 한식 세계화를 공감대로 인연을 이어 온 노 셰프를 섭외했다. 노 셰프는 지난 2020년 미셰린 가이드가 선정한 ‘주목할 만한 여성 셰프 5인’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김 여사는 지난 5일 방중 때도 캉산 주한중국대사 부인 등 한·중 교류에 앞장서 온 중국 여성 인사들을 주중 한국 대사관저로 초청해 손수 떡만둣국을 대접했다. 당시 김 여사는 “한국은 설에 떡국을 먹는데 중국도 춘절과 같은 명절에 만두를 빚어 먹는다고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떡하고 만두를 넣은 떡만둣국을 한번 준비해 봤다”고 말했다.
‘김혜경표 소프트 외교’의 핵심은 정성이라는 평가도 그래서 나온다. 상대국 국민의 마음을 사기 위해 음식을 활용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직접 음식을 만들어 대접하는 건 또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케데헌)’ 등이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터다.
이와 관련, 김 여사는 K-푸드를 주제로 한 요리책 출간 계획도 지난 5일 중국 여성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직접 공개했다. 지난 2018년 요리 에세이 『밥을 지어요』를 출간한 데 이은 김 여사의 두 번째 요리책이 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김 여사는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수시로 요리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한다. 수십인 분의 요리를 만든 뒤 관저 및 경호처 직원들과 격려의 의미를 담아 함께 나눠 맛보는 시간도 종종 갖는다.
지난해 9월 초 김 여사가 직접 탄 꿀물과 함께 선보인 김밥은 경호처 직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묵은지와 오징어 등 참신한 조합의 속 재료로 김밥 100줄을 말아 경호처 직원들에 대접했고, “손이 왜 이렇게 크시냐”(경호처 관계자)는 웃음 섞인 반응도 나왔다. 김밥은 케데헌을 통해 해외에서도 열풍을 일으킨 메뉴인데, 김 여사도 김밥을 요리책에 소개하려고 준비 중이다.
한복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해서도 김 여사는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 대통령 재임 기간 중 등재를 목표로 삼고 순방 때마다 해당국의 전통과 어우러지는 빛깔의 한복을 직접 고른다. 중국 방문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차담할 때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 계열의 한복을 택했고, 이날 한·일 정상 만찬에서는 일본 벚꽃의 정취를 지닌 분홍빛 저고리를 선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K-푸드나 K-뷰티 등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사명감에 가까운 열의를 갖고 임한다. 해외 문화 행사를 주재하기에 앞서 사전에 관련 국내 전문가들을 꼼꼼히 취재하고 공부해 간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