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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미국기업""한국서 사업"…쿠팡의 박쥐 같은 이중국적

중앙일보

2026.01.13 12:00 2026.01.13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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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쿠팡 해부


2회. 쿠팡의 이중국적


2010년. 한 선수가 높이 걸린 장대를 훌쩍 넘어 한국에 광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을 안겼다. 한국 신기록을 여러 번 갈아치운 재미 유학생 장대높이뛰기 국가대표인 김유석 선수다.

2024년. 그는 또 다른 장대를 뛰어넘었다. 자산 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경영자와 친족이라면 누구나 맞닥뜨렸던 공정거래법의 ‘동일인(총수) 지정’ 규제다. 이를 43년 만에 처음으로 훌쩍 넘은 한국 신기록의 주인공. 김유석 쿠팡 부사장과 그의 형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이하 김범석)다.

‘동생 부부 공시’에서 본 쿠팡의 이중 플레이
키 191cm에 84kg의 신체 조건과 순발력. 김유석 선수의 강점은 2019~2021년 쿠팡 물류센터 운영에서 다시 발휘됐다. 그는 이 기간 쿠팡에서 포장·배송 관련 국내외 특허 64건을 출원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중 28건은 그가 제1 저자다.

전직 쿠팡 임원은 중앙일보에 “유 킴(Yoo Kim, 김유석의 영어 이름)은 배송과 캠프 운영으로 시작해 나중에는 물류센터 업무도 관여했다”며 “쿠팡의 포장·배송·물류 시스템이 갖춰지던 때 나온 여러 특허에 유 킴이 이름을 올린 이유”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서울의 쿠팡 물류센터에서 사업을 설명하는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현재 쿠팡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해 김범석이 ‘쿠팡 총수’ 지정을 피한 조건 중 하나는 ‘친족이 경영이나 자금 거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그의 동생인 ‘유 킴’은 쿠팡 물류 운영을 총괄하는 부사장 직급이고, 그의 아내, 즉 김범석의 제수도 쿠팡의 인사관리(HR) 분야 중책을 맡고 있다.‘친족 경영’이 없는 게 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유석 부사장이 지난 4년간 회사에서 받은 현금·주식 보상 규모는 총 140억원 대. 쿠팡은 이에 대해 “유사한 지위에 있는 직원들과 동일한 기준으로 보상을 받는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일반 직원급’의 기준은 모호하다. 예컨대 김유석 부사장은 2022년 급여와 별도로 주식 보상 20만4278주(RSU)를 받았는데, 강한승 당시 쿠팡㈜ 대표가 그해에 받은 주식 보상이 총 27만4098주였다.

미국에는 ‘동생 부부 일한다’ 공시, 한국에선 ‘의무 없음’
김유석 부사장이 쿠팡에서 4년간 140억원을 받았고 아내도 쿠팡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건 미국에서다. 정확히 말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규제 때문이다.

SEC 규정인 Regulation S-K는 상장사가 주요 임원의 가족·동거인 같은 ‘관련인’을 고용하거나 거래할 경우 이를 밝히게 한다. 예컨대 엔비디아는 젠슨 황의 아들과 딸이 월급을 얼마 받으며 어떤 직급으로 일하는지 공시한다.

한국 공정거래법상 총수의 ‘혈족 4촌, 인척 3촌 이내’의 계열회사 출자 현황, 임원 재직 현황, 지분 보유 현황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투자자 보호와 이해상충 방지’라는 양국 제도의 취지는 유사하다.


그러나 김범석이 동일인 지정을 피하면서 이런 의무는 국내에서만 사라졌다. 그의 친인척이 쿠팡·쿠팡풀필먼트·쿠팡이츠·쿠팡로지스틱스 등에서 특혜를 받지는 않는지, 한국에 알릴 어떠한 의무도 없게 됐다. 거꾸로 미국 SEC 공시 자료를 뒤져 친인척의 쿠팡 근무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쿠팡에 대한 한-미 규제 역전을 승인 해준 건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였다. ‘플랫폼 규제’ 의지가 강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새 정부는 ‘자율 규제’ 기조가 확고했다. 기류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읽은 건 ‘대관의 쿠팡’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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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터진 쿠팡 집단소송, ‘페북 1조 배상’ 판사가 맡는다②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5794

더중앙플러스 [2026 쿠팡 해부]를 시작합니다
쿠팡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커머스 서비스인 동시에, 한국인이 가장 이해하기 힘든 기업이기도 합니다.

지난해말 3370만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실이 공개된 이후 쿠팡의 대응 방식은 한국 사회의 기대와 전혀 달랐습니다. 한국의 법률과 문화를 무시하는 듯한 쿠팡 경영진의 행보에 화가 난 소비자들이 많았습니다.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은 뒤늦게 책임 회피성 사과를 내놨고, 정보 유출도 3000명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우린 한국 기업이라 여겼는데, 쿠팡은 스스로를 미국 기업이라 합니다.

괘씸한 마음이 들지만 쿠팡의 빠른 배송 없는 삶엔 자신이 없어 탈팡을 망설이게 됩니다. 쿠팡에서 일하는 9만여명, 쿠팡에서 물건을 파는 수백만 판매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어쩌다 쿠팡에 매이게 된 걸까요, 쿠팡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한국을 지배하게 된 걸까요.

쿠팡을 통해 한국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기 위해 The JoongAng Plus가 쿠팡을 심층 취재한 [2026 쿠팡 해부]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한국은 왜 우리한테만 그래!” 로저스 다혈질, 김범석 뺨쳤다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5561

“마트 규제, 기왕 쓰는거 4년 더”…‘쿠팡 괴물’ 키운 그날의 국회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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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조선업 대신 알바 갔다…쿠팡 직고용 9만명의 경고④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6661

“월 실수령 550, 그런 직장 있나” 새벽배송 뛰는 쿠팡맨의 항변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6935


심서현.박수련.장주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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