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상호+품목+제재' 다중관세로 동시다발 폭격…美中 '관세전쟁' 잠복기
대규모 투자 등 '美 이익'과 맞바꾸기 행태, 세계질서 흔들고 동맹관계까지 위협
대법 판결, 어떻게 나와도 혼란 불가피…취소땐 '220조원 환급' vs '플랜B 가동'
[트럼프1년] 자유무역 질서 뒤바꾼 관세전쟁…美대법원에 쏠리는 세계의 눈
'기본+상호+품목+제재' 다중관세로 동시다발 폭격…美中 '관세전쟁' 잠복기
대규모 투자 등 '美 이익'과 맞바꾸기 행태, 세계질서 흔들고 동맹관계까지 위협
대법 판결, 어떻게 나와도 혼란 불가피…취소땐 '220조원 환급' vs '플랜B 가동'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8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세계의 자유무역 질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1년 만에 뿌리째 흔들렸다.
동맹국과 적성국을 가리지 않는 융단폭격 식 관세 부과로 각국은 '패닉'에 빠졌다.
국내에서도 거센 반발에 직면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다.
지난 1년 간 트럼프 행정부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잡은 관세 정책은 이르면 14일(현지시간) 나올 가능성이 있는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상호관세 무효' 판결이 나올 경우 관세 정책은 동력을 상당부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과 함께, 미 정부가 이에 대비해 준비 중인 '플랜 B'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 트럼프의 '입'에 휘청댄 글로벌 경제…미증유의 불확실성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간 자유로운 교역이 상호 이익을 증진한다는 기존 통념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미국 우선'을 위한 보호무역주의를 구현할 카드로 대선 때부터 주장한 관세 정책을 취임 직후 꺼내 들었다.
매우 거칠고, 일방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방식이었다. 그는 전문가 의견 수렴이나 의회의 승인을 생략한 채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등에 근거한 행정명령을 통해 속전속결로 관세 정책을 폈다.
관세를 활용해 무역 불균형과 "불공정한" 통상 관행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쇠퇴한 미국의 제조업을 재건하고 국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포석이었다.
기본관세를 깔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얹은 데 이어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수입품에는 품목별 관세도 매겼다. 중국 등을 향해선 '펜타닐 관세'(합성마약류의 일종인 펜타닐의 대미 유입을 차단하는 데 충분히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과한 관세)라는 제재성 관세를 부과했다.
브라질의 경우 '야권 인사 탄압'이라는 정치적 이유로 고율의 관세가 정해졌다.
동시에 유럽연합(EU)의 국방비 증액, 제재 대상 국가를 향한 압박, 각지의 분쟁 중재에 관세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면서 외교적 영역의 지렛대로 확장했다.
관세 자체만으로 세계 경제가 들썩인 데다, 더 큰 문제는 불확실성이었다. 국가별로 차등을 둔 상호관세의 경우 근거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이후 각국과의 무역협상을 통한 관세 인하도 마찬가지였다.
품목별 관세 역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품목'에 '얼마의' 관세를 선언할지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미국 내 물가 부담이 지적되자 일부 농산물과 가구 등의 관세를 즉흥적으로 낮추기도 했다.
중국과의 관세 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이 상대방에 145%와 125%라는 비상식적인 관세 부과를 선언했다가 이를 보류하기를 반복하는 와중에 세계 경제는 냉·온탕을 오갔다.
미·중은 고위급 무역협상과 지난해 10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세 인하를 핵심으로 하는 이른바 '무역 휴전'에 합의하면서 양측이 가까스로 파국을 피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살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핵심 광물자원인 희토류 수출 통제와 미국의 첨단기술 관련 규제가 맞물리면서 공급망 불안, 기업의 투자 위축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관세 폭탄'은 진영 불문이었다. 동맹에 더 가혹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미(對美) 무역흑자국인 한국은 이를 피해 가지 못했는데, 3천500억달러(약 513조원)라는 천문학적 투자를 대가로 상호관세 세율이 25%에서 15%로 낮아졌다.
수백조원대의 투자금 제공 약속이나 시장 개방을 제시하면 관세를 깎아주는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적 접근법은 미국이 더이상 동맹의 가치나 대의명분에 얽매이지 않고 자국 이익 중심으로 국제 관계를 재단한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과 최강의 군사력을 겸비한 미국이 관세를 '무기화'할 경우 각국은 속수무책이라는 사실도 재차 증명되면서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 이후까지 세계 경제에 드리울 잠재적 불확실성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 '워싱턴 1번가' 대법원에 쏠리는 눈…美정부 패소시 트럼프의 '플랜B' 주목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첫해 세계 경제를 뒤흔든 관세 정책은 곧 중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14일 미 연방 대법원의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워싱턴 DC 1번가에 위치한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적자가 국가 비상사태라며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적용, 행정부의 권한을 확대해 부과한 관세가 합법인지 심리하고 있다.
여기에는 세계 각국에 자의적 세율을 책정해 부과한 상호관세와 중국, 캐나다, 멕시코에 펜타닐 마약류 밀수 차단을 압박하며 물린 고율관세가 포함된다.
앞서 1심 재판부(국제무역법원)는 지난해 5월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지적하며 상호관세가 무효라고 결정했고, 2심 재판부(항소법원)도 지난해 8월 1심 판결을 기본적으로 유지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IEEPA에 기반하지 않은 기본관세나 품목별 관세는 다루지 않지만, 판결 결과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전반의 향배를 가를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관세에 대한 부정적 판결은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역사상 최대 위협", "다른 나라들에 관세를 부과할 능력을 잃는다면 미국에 심각한 타격"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대법원이 1·2심의 결론을 유지할 경우 관세 정책은 동력이 급격히 약화할 수밖에 없다. 그 뒤에 기다리는 건 수많은 기업의 관세 환급 소송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관세 반환 소송에 나선 기업은 1천곳이 넘는다.
도소매 체인점 코스트코를 비롯해 안경 제조사, 타이어 업체, 의류 업체 등 다양한 업종이 이미 '환급 번호표'를 뽑고 대기 중이다.
패소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환급해야 할 관세는 1천500억달러(약 220조원) 안팎이라고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지난 9일 밝힌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승소를 자신하면서도, 패소 가능성에 대비해 '플랜 B'를 준비 중이다.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301조, 관세법 338조 등이 거론된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이미 품목별 관세 부과에 사용된 근거다. 철강, 알루미늄, 반도체 등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품목의 수입에 관세와 쿼터를 매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무역법 301조는 상대국의 '불공정 무역'에 대응해 미국이 보복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트럼프 1기 때 주로 쓰인 근거 조항이다.
다만, 이들 선택지는 상호관세처럼 부과 대상이 전면적이지 않거나, 발동하기 위해선 상무부나 무역대표부(USTR)의 조사가 전제돼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상품을 차별하는 나라의 상품에 최대 5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관세법 338조를 꺼내 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930년대 이후 사실상 쓰인 적이 없는 '핵옵션'으로 불리는데, 미 워싱턴DC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8일 홈페이지에 올린 뉴스레터에서 해당 조항이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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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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