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강경 단속 일관…교민·유학생 구금 이어 '조지아 사태'까지
반대 시위도 미 전역 확산…최근 ICE 총격 사건에 갈등 폭발 조짐
[트럼프1년] 군사작전 같은 이민단속 '곳곳서 충돌'…교민사회도 불안
취임 이후 강경 단속 일관…교민·유학생 구금 이어 '조지아 사태'까지
반대 시위도 미 전역 확산…최근 ICE 총격 사건에 갈등 폭발 조짐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1년 동안 미국 내 불법이민·체류를 막으려는 정책이 공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이민자들의 삶은 한층 더 어려워졌다.
미 당국의 비자·입국 심사는 전보다 훨씬 더 까다로워졌고, 당국의 무리한 단속으로 정당한 영주권자까지 억울하게 구금·체포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교민들도 '혹시 나도 걸릴지 모른다'는 걱정과 공포에 떨게 됐다.
최근에는 이민 단속 요원이 쏜 총에 미국 시민이 맞아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이민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폭발적으로 불붙는 양상을 보여, 향후 미국 사회를 뒤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보수 결속 노리며 불법이민자 악마화…역대 최대 비자 취소도
2024년 대선 당시부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공약한 트럼프 대통령은 연간 추방 목표를 100만명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불법 이민 단속을 국정 최우선 순위 중 하나로 천명하고 일련의 행정명령을 내려 곧바로 단속 작전에 돌입하게 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범죄 경력이 있는 불법 체류자를 공식적인 단속 대상으로 삼았지만, 실제로는 불법이민자들이 밀집된 작업장 등을 무작위로 덮쳐 닥치는 대로 잡아가는 저인망식 단속을 펼쳤다.
보수 성향 언론매체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서는 불법이민자들을 극악한 살인자나 강간범 등으로 묘사하며 이들을 악마화하는 여론전도 병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에서는 범죄 전과가 있는 불법체류자들을 대거 체포해 추방하는 정책에 환호했다.
또 외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미국 내 일자리를 뺏지 못하게 막는다는 선전은 보수 진영뿐 아니라 중도층의 표심까지 잡을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인 전반에 대한 비자 심사를 대폭 강화해 유학생 비자를 시작으로 영주권·시민권 심사에까지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또 전문직용 취업비자인 H-1B 비자 발급 수수료를 기존의 100배인 10만달러(약 1억4천700만원)로 올리고, 선발 절차도 무작위 추첨제를 폐지하고 고임금·고숙련 근로자를 우대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강화한 심사 기준을 적용해 기존에 발급한 비자를 취소한 사례는 역대 최다인 8만5천건이 넘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이렇게 비자가 취소된 사유로 음주운전, 폭행, 절도 등 전과를 들면서 1년간 비자 취소 사례의 거의 절반이 이에 해당한다고 폭스뉴스에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심지어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 제도로 입국하는 수백만 외국인 방문객에게 5년 치 소셜미디어 정보 제출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의 심사 강화안을 내놓기도 했다.
◇ 영주권자 체포도 잇달아…한국 노동자들은 비자문제로 봉변
트럼프 행정부의 강압적인 이민 단속에 미국 내 체류 중인 미국 국적의 재미동포와 한국 국적자들도 봉변당하는 사례가 잇달았다.
미 영주권자로 텍사스주에 거주 중이던 40대 과학자 김태흥(미국명 윌 태흥 김) 씨가 가족 행사 참석차 한국을 일시 방문했다가 지난해 7월 미국으로 복귀한 직후 공항 입국 심사 중 억류돼 한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김씨는 100일 넘게 당국의 열악한 시설에 구금돼 있다가 지난해 11월에야 석방됐다. 그는 2011년 소량의 대마초 소지 혐의로 기소된 전력이 있으나, 사회봉사 명령을 받고 이를 모두 이행한 상태여서 당국이 이를 문제 삼은 것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 7월 말에는 성공회 뉴욕교구에서 아시아인 사역을 담당하는 어머니(김기리 신부)를 따라 동반가족비자(R-2 비자)로 미국에 입국해 체류 중이던 퍼듀대 재학생 고연수씨가 비자 문제로 이민법원에 출석했다가 ICE 요원들에게 기습적으로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고씨는 이후 루이지애나주 구금시설로 옮겨졌다가 성공회 뉴욕 교구와 현지 시민단체들의 반발 속에 4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한인 바이올리니스트 존 신 씨는 부친 사망 후 '다카'(DACA)로 불리는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 체류 신분으로 지내다 작년 8월 교통법규 위반 이력이 불거져 ICE에 체포·구금되면서 현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한 ICE의 대규모 단속으로 이곳에서 일하던 한국인 317명을 포함해 근로자 450여명이 체포·구금되는 사태가 벌어져 한미 관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의 제조업을 재건하려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부응해 미국 내 투자와 생산시설을 확대하고자 한국 인력을 동원해 현지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었는데, 한국 노동자 중 상당수가 미국 내 취업에 필요한 체류 자격이 아닌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로 입국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의 모순된 정책이 논란이 되자 미 정부는 한국의 대미 투자 사업에 필요한 인력의 원활한 입국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으나, 한국 기업과 노동자들의 트라우마는 적잖게 남아 있는 상황이다.
◇ 남은 임기 단속 더 강화 전망…사회갈등 뇌관 될 듯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정책이 남은 임기 동안에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역점 정책과 관련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BBB)이 의회에서 통과돼 이민 단속에 필요한 충분한 예산이 확보된 만큼, 올해는 정책 실행의 고삐를 더 당길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중간선거에서 보수 진영의 표 결집을 위해서도 강력한 불법이민자 단속 실적은 트럼프 정부의 주요 성과로 홍보될 수 있다.
미국 내 유학생·이민자들의 기본권을 지원하는 단체인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미교협·NAKASEC)의 한영운 조직국장은 "미 이민당국이 이제 구금시설이나 단속 요원 등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갖춘 만큼, 올여름부터 단속이 더 심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국장은 "이미 이민자들의 불안과 공포가 커진 상태인데, 앞으로가 더 문제"라며 "핫라인 상담 전화로 과거 음주운전이나 경범죄 이력 등을 걱정하는 영주권자·시민권자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한 반발과 저항이 거세지면서 미국 사회의 갈등이 격화할 조짐도 일고 있다.
지난 7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미국 시민인 백인 여성 르네 니콜 굿(37)이 이민 단속 작전 중이던 ICE 요원의 총에 맞아 숨졌고, 이 총격이 정당 방어와는 거리가 멀다는 시각이 확산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반발하는 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 중이다.
한영운 국장은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길에 나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미국의 주요 단체들이 미국을 민주주의가 아닌 권위주의 국가로 정의하고 있는데, 작년 11월부터 전국 단체들의 네트워크에서 이에 대한 저항 운동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네소타 사태(ICE 총격 사건)가 미 여론의 큰 조류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