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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출신국 떠나 실질적 지원’ 권고…“보장, 국민→사람 넓혀야”[이민, 사람이 온다]

중앙일보

2026.01.13 14:09 2026.01.1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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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시대 - 노동력이 아니라 사람이 온다
4년 뒤 국내 체류외국인은 300만명으로 전망된다. 인구 절벽에 따른 이민자 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인력 확보 차원을 넘어 사회통합까지 고려한 섬세한 이민 정책이 절실하다. 중앙일보는 이미 도래한 ‘이민시대’ 현장의 내외국인을 두루 만나 서로 공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점검했다.

지난해 4월 29~30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에 대한 제20·21·22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를 심의하는 모습. 뉴스1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UNCERD)는 지난해 5월 대한민국 정부의 이주민 대책에 대해 사실상 낙제점을 줬다. “한국 사회에서 차별과 혐오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막을 적절한 조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다.

용어사전 >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UNCERD)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에 따라 유엔이 설립한 인권기구. 협약은 피부색과 혈통, 가문, 민족, 종족 차이를 이유로 구별과 배척, 권리제한 및 우선권을 두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는 1978년 가입했다.

위원회는 지난해 5월 7일 3160차 회의를 열고 “출신 국가와 무관하게 당사국(한국) 영토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이 기본적인 사회적 지원과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장애가 있는 비시민권자가 ‘실질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CRPD)에 장애이주아동 당사자 명의로 진정을 내려는 움직임도 있다. 김사강 이주와인권연구소 연구위원은 “장애가 있는 이주민과 아동이 실제 존재하는데, 이들 일부는 우리나라 복지 제도에 따른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없다”며 “국제기구에 당사자가 직접 진정을 넣어 권고들이 쌓이면 제도도 바뀔 것으로 기대하며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미 ‘이민시대’가 도래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헌법상 사회 보장 대상을 ‘국민’에서 ‘사람’으로 넓혀야 한다는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위원회도 “여전히 많은 비시민권자가 건강보험 및 사회보장 정책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여기에 아동 및 장애인도 포함된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짚었다. 김 연구위원은 “이주민에게도 동등한 사회 보장을 제공해야 한다는 게 국제기구의 오랜 권고”라고 했다.

다만 단시간에 사회 보장 대상을 넓히고 개념을 전환할 경우 사회적 반발이 클 확률이 높다. 때문에 이민자 사회통합기금을 법제화해 국민들의 조세 저항을 줄이자는 의견도 나온다. 수익자 부담 원칙을 우선해, ‘한국 사회에 기여한 바 없이 사회 보장 대상자로 복지 혜택만 받는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시선을 줄이자는 것이다.

전국이주인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7월 2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이주민 차별 말고 평등하게 지급하라' 국가인권위 차별 진정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미 거주 허가를 받은 이주민에겐 차별 없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 독일과 스웨덴은 국적, 체류 유형과 관계없이 서비스를 지원한다. 일본도 90일 이내 단기 체류자를 제외하고 내외인 평등의 원칙에 근거해 국적과 무관하게 장애인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선진국 중에도 영국의 경우처럼 이민·난민법에 ‘공공기금 청구 금지’ 조항을 명시해 정부 차원의 사회복지 급여 및 서비스는 외국인에게 제한하고, 지자체 재량에 맡기는 나라도 있다.

결국 한국의 현실에 맞고 내국인들의 우려나 불만과 이민자들의 권리 보장 사이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정교한 이민 정책을 하루 빨리 설계해야 한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국의 고령화나 인구 감소 추이 등을 고려했을 때 이미 이민시대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고, 어느 한쪽으로 추가 기울 경우 사회적 비용만 커질 뿐 내국인도 이민자도 이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유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영국·독일·스웨덴·일본의 이주민에 대한 사회서비스 보장 분석’ 연구보고서에서 “해외 복지국가 사례와 비교하면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 사회서비스 제도는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정주 가능성이 있거나 정주민으로 유인할 수 있는 대상을 중심으로 사회보장 개선을 모색할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자 사회통합지수, 어떻게 조사했나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산하 이민정책연구원이 2024년 8월 19일~9월 20일 전국 17개 광역시·도와 다문화도시협의회 소속 22개 기초자치단체의 만 19세 이상 내국인 6000명과 이민자(국내 장기체류 외국인·5년 이내 귀화자) 6000명을 대상으로 대면면접조사 방식과 Open URL 활용 조사 방식을 병행해 진행했다. 표본은 전국 이민자 모집단 약 185만명의 체류 자격별 특성을 반영하여 설계 한 후 지역·성·연령별을 층화하여 추출했다. 목표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1.6%포인트다.
[이민, 사람이 온다] 시리즈가 더 궁금하시다면

www.joongang.co.kr/series/11846



손성배.김정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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