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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뒤쫓으며 "바보XX, 집에나 가"…이주민 25% 차별 경험 [이민, 사람이 온다]

중앙일보

2026.01.1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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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시대 - 노동력이 아니라 사람이 온다
4년 뒤 국내 체류외국인은 300만명으로 전망된다. 인구 절벽에 따른 이민자 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인력 확보 차원을 넘어 사회통합까지 고려한 섬세한 이민 정책이 절실하다. 중앙일보는 이미 도래한 ‘이민시대’ 현장의 내외국인을 두루 만나 서로 공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점검했다.
경기 광주시에 위치한 한국이주노동재단의 모습. 재단은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산업현장에서 일어 날 수 있는 인권침해 및 생활 상담을 지원하는 단체다. 김정재 기자

4년 전 경남 김해의 한 자동차 부품 업체에 채용된 캄보디아 국적의 코이 데이비(37)는 희망에 부풀어 한국에 왔다. 그러나 회사 생활은 고통으로 얼룩졌다. 회사 대표의 욕설·폭언 때문이었다. 한국어를 정확히 알아듣지 못해 업무에 작은 혼선이라도 빚어질 때면 곧장 욕설이 쏟아졌다. 참다 못한 그는 두 달만에 고용노동부 산하 경남 김해 고용지원센터를 찾아 “일을 계속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 뒤 더 큰 고난이 시작됐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종종 센터를 찾아가다 회사 사람들에게 들킨 것이다. 그때부터 집단 따돌림이 시작됐다. 급기야 사장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같은 해 6월 30일 “회사에서 나가라”고 통보했다. 업무 시간 도중 쫓겨난 그는 약 4㎞ 떨어진 기숙사를 향해 홀로 걸어갔다.


일방적 해고 통보를 받은 뒤 돌아가는 길. 이미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그 뒤 더 심한 일이 이어졌다. 중앙일보가 한국이주노동재단을 통해 입수한 영상에는 걸어가는 코이의 뒤를 누군가 차로 뒤쫓는 장면이 담겼다. 차에 탄 사람은 코이를 향해 “야! 태워줄까? 바보 새끼야”, “집에나 가!”라고 소리쳤다. 안대환 한국이주노동재단 이사장은 “욕하는 사람이 바로 회사 대표”라며 “이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접수하고 고소도 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만날 때마다 욕설을 서슴지 않던 회사 대표는 모욕·협박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9월 18일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법무부 이민정책연구원이 이민자 6000명을 대상으로 차별 경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약 4명 중 1명(25.2%)은 “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차별을 받았던 장소는 코이처럼 직장·일터인 경우가 45.4%로 가장 많았다. 차별 당한 이유에 대해선 ‘국적’(67.1%) 때문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가장 많았고, ‘한국어 수준’(43.8%)과 ‘외모’(27%)를 꼽은 사람도 적지 않았다.

신재민 기자

그러나 차별에 대해 항의한 경우는 드물었다. “차별을 당했다”고 답한 이들 중 본인이 당한 일에 대해 ‘시정 요구’를 했다고 밝힌 응답자는 21.9%뿐이었다. 시정 요구를 하지 않은 이유로는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43.2%)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요구해도 변하는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27.5%)이란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이주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 임금 체불 등의 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오히려 사장이 ‘불법 체류자로 만들어 버리겠다’거나 ‘본국에 보내버린다’고 협박하는 경우가 다수”라며 “철저히 ‘갑’인 고용주에게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전남 나주시의 한 벽돌공장에서 비닐에 묶여 지게차로 옮겨지는 괴롭힘을 당한 이주노동자의 사례가 크게 논란이 되고 이후 이재명 대통령도 이를 언급하는 등 공론화를 통해 일부 피해를 회복하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2월 전남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이유 없는 차별을 방지할 방안으로는 사업장 이동 규제 완화 등이 거론된다.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올 경우 임금 체납, 사업장 휴·폐업, 산업재해 등 일부 사유만 이동이 허용되는데 이 기준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안 이사장은 “차별 받는 이주노동자들의 체류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입국 후 3년 간은 근로 계약을 1년 단위로 체결해 정부가 중간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며 “이후 한국에서 범죄 사실이 없고, 성실하게 일했다는 점이 인정될 경우 3년 차부터는 사업장 이동 등 자율성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노사 모두 사전에 정보를 충분히 제공 받을 수 있게 해야 갈등과 차별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본인이 가서 일해야 하는 사업장임에도 이주노동자에게 제공되는 사업장 관련 정보 수준이 너무 낮고, 반대로 고용주도 이주노동자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키·몸무게 정도로 한정 돼 있다”며 “온라인 면접 활성화 및 사업장 소개 영상 업로드 등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체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민자 사회통합지수, 어떻게 조사했나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산하 이민정책연구원이 2024년 8월 19일~9월 20일 전국 17개 시·도 다문화도시협의회 소속 22개 기초자치단체의 만 19세 이상 내국인 6000명과 이민자(국내 장기체류 외국인·5년 이내 귀화자) 6000명을 대상으로 대면면접조사 방식과 Open URL 활용 조사 방식을 병행해 진행했다. 표본은 전국 이민자 모집단 약 185만명의 체류 자격별 특성을 반영하여 설계 한 후 지역·성·연령별을 층화하여 추출했다. 목표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1.6%포인트다.


[이민, 사람이 온다] 시리즈가 더 궁금하시다면
www.joongang.co.kr/series/11846



김정재.손성배.전율.이영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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