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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려나간 ‘코리안 드림’…이주노동자 산재사망률, 한국인 3.6배 [이민, 사람이 온다]

중앙일보

2026.01.13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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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시대 - 노동력이 아니라 사람이 온다
4년 뒤 국내 체류외국인은 300만명으로 전망된다. 인구 절벽에 따른 이민자 증가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인력 확보 차원을 넘어 사회통합까지 고려한 섬세한 이민 정책이 절실하다. 중앙일보는 이미 도래한 ‘이민시대’ 현장의 내외국인을 두루 만나 서로 공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점검했다.

이주노동자 네팔 청년 수메스 바르마씨. 김경록 기자

네팔 국적의 수메스 바르마(38)는 6살 아들과 아내를 본국에 두고 7년 전인 2019년 한국에 왔다. 아픈 부모의 치료비와 의사를 꿈꾸는 아들의 교육비가 필요했던 그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이었다. 전북의 농장에 취업한 그는 월급 절반 이상을 매달 가족에게 보냈다. 월급날은 그가 꿈꾼 ‘코리안 드림’이 구체화되던 순간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종종 촬영해 네팔의 가족·친구에게 공유하곤 했다.



떨어져 있지만 단란했던 가족의 삶을 피폐하게 만든 건, 2023년에 발생한 갑작스러운 사고였다. 당시 수메스는 농장 축사 바로 옆 숙소에 거주하며 하루 10시간 이상 소를 돌보는 일을 했고, 가끔 사업주 요구에 따라 익숙치 않았던 농기계도 다뤘다. 사고가 난 날도 사업주 딸과 함께 사료 발효·배합 기계를 작동하다 수메스의 장갑 낀 손이 빨려 들어가 손가락 네개가 잘렸다. 출동했던 구급대원이 검지 손가락을 찾아와 접합은 했지만, 아직 감각이 없다. 왼손의 기능을 사실상 잃은 것이다.

그런 그에게 돌아온 것은 해고통지였다. 산재 보상금 4100만원을 받았지만 대부분 치료비로 썼다. 네팔에 있는 아들은 “이제 그만 돌아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치료 여건이 열악하고 일할 곳도 부족한 네팔로 돌아갈 순 없다”고 했다. 그는 법무법인 원곡의 도움을 받아 비자를 올해 4월까지 연장 시키고 농장주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네팔 청년 수메스 바르마가 가지고 다니는 약 봉지와 의수의 모습. 김정재 기자

필리핀 국적의 린돈 델핀(49) 역시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한국으로 왔다 장애를 얻었다. 수도권의 한 철강 제조업체에 다니던 2016년 9월, 고층에서 작업 중 떨어지는 사고를 당해 뇌경색으로 몸 한쪽이 마비됐다. 거동이 불편해 받아주는 곳이 없었고, 수메스처럼 소송을 하며 한국에 남아 있을 여력도 없었다. 결국 치료를 위해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고, 아내 아비게일이 요양보호사 일을 하며 겨우 생계를 잇고 있다. 아비게일은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일하다 다쳤지만 간병인 지원 조차 받지 못한 채 결국 돌아왔다”며 “가장이 무너지면서 우리 가족의 불행이 시작 됐다. 매일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2016년 한국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린돈 델핀. 사진 독자

사고를 당한 뒤 가족 품으로 영영 돌아가지 못한 경우도 많다. 2022년 네팔에서 한국에 온 디아즈 타망(31)은 지난해 8월 3일 경기 화성시의 한 플라스틱 제조 공장에서 일하던 중 플라스틱을 얇게 펴는 압출 성형 기계 롤러에 오른팔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급히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임신 중인 그의 아내는 네팔에서 관련 소식을 듣고 우울증에 빠졌다고 한다.

지난해 8월 경기 화성시의 공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디아즈 타망의 공장 동료가 기자회견에서 타망의 영정을 들고 있다. 이영근 기자
산재 비율, 이주노동자가 2~3배 더 높아
2024년 114명을 비롯해 이주노동자 산재사망률은 한국인보다 월등히 높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 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국적 노동자 대비 2.3~3.6배에 달했다.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연령분포를 통제해 2018~2022년 사이의 산재 사망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신고되지 않은 이들과 한국에서 일하다가 다친 후 치료를 위해 본국 귀국 후 사망한 이들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많은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일하다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재민 기자

또 업무 중 다친 이주노동자의 산재 신청 건수도 8062건(2020년)→8886건(2022년)→1만161건(2024년)으로 5년 연속 증가세다. 전체 노동자 중 이주노동자 비율은 3%지만, 전체 산재 신청건수 대비 이주노동자의 산재 신청 비율은 6%에 달한다. 신청마저 못한 채 본국으로 떠나거나, 참는 사례도 내국인보다 높을 가능성이 큰 만큼,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산재 사례는 훨씬 더 많을 수 있다.

“외국인 고용해 이익보는 고용주, 한국어 교육 책임도 나눠야”
이주 노동자들의 업무 환경이 더 위험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내국인이 기피하는 위험한 일을 한다는 사실 뿐 아니라,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한 것도 중요한 배경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소통이 어려워 예견된 위험을 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수년간 이주 노동자의 고충을 상담해온 이효나 사단법인 희망웅상 사무국장은 “사고를 당한 이들은 본인이 위험에 처해있다는 점을 인지하는 등 전조 증상을 겪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를 설명하려면 유창한 한국어 실력이 필요하지만 대다수는 언어 장벽에 가로 막힌다”고 전했다. 실제 수메스는 “사장님에게 위험하다고 말하려 했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회고했고, 아비게일은 “델핀도 사고 직전 어지럼증이 있었지만 설명을 하기 어려워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경기 광명시 광명~서울고속도로 1공구 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의 이주노동자 A씨가 감전 사고를 당했다. A씨는 의식을 되찾았지만, 몸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해 재활 치료를 5개월째 지속하고 있다. 사진 한국미얀마연대

비전문취업(E-9) 비자의 문제가 이런 소통의 장벽을 낳고, 결국 사고 확률을 높인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이주 노동자의 대부분인 34만4000여 명이 E-9 비자로 체류하는데, 이 비자는 한국어 능력시험과 간단한 기능 수준 평가에 합격하면 발급 요건이 충족된다. 또 입국 전 한국어 교육은 38시간만 이수하면 된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는 “기업들의 인력난 호소 때문에 고용 허용 업종이 늘어났고 자연스레 취업 허들도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정부와 고용주들이 한국어 교육에 대한 책임을 일정 부분 나눠서 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부 기업은 이주 노동자 증가에 맞춰 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과 사고 예방 투자도 늘리고 있지만,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은 중소기업은 오히려 교육에 미온적이라고 한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주는 이주노동자의 입국 전 교육, 입국 후 체류지원 등 채용 관련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양질의 노동력을 원하면서도 이를 위한 인적자본 투자는 하지 않는 건 모순”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을 통해 이익을 보는 당사자의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사업주에게 고용부담금을 부과하고, 해당 기금을 통해 현지에 인력양성 기관을 설립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민자 사회통합지수, 어떻게 조사했나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산하 이민정책연구원이 2024년 8월 19일~9월 20일 전국 17개 광역시·도와 다문화도시협의회 소속 22개 기초자치단체의 만 19세 이상 내국인 6000명과 이민자(국내 장기체류 외국인·5년 이내 귀화자) 6000명을 대상으로 대면면접조사 방식과 Open URL 활용 조사 방식을 병행해 진행했다. 표본은 전국 이민자 모집단 약 185만명의 체류 자격별 특성을 반영하여 설계 한 후 지역·성·연령별을 층화하여 추출했다. 목표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1.6%포인트다.


[이민, 사람이 온다] 시리즈가 더 궁금하시다면
www.joongang.co.kr/series/11846



김정재.손성배.전율.이영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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