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 연천과 강원 철원 등 접경지역 일대의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제를 대폭 해제·완화한다. 이번 조치로 여의도 면적 4.5배(1307만㎡)에 달하는 접경지에서 군의 허가 등이 없어도 집을 짓거나 건물을 올릴 수 있게 된다.
국방부는 14일 이런 내용의 ‘4차 보호구역 등 관리기본계획(2025~2029년)’을 확정했다. 경기 연천군 차탄리와 강원 철원군 군탄리·오덕리 등 63만㎡(약 19만 평)의 제한보호구역을 해제하는 게 핵심이다. 이들 지역은 취락지구나 관광단지가 형성된 곳으로, 규제 해제가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이외에도 ▶인천 강화(190만㎡) ▶강원 양구(827만㎡) ▶경기 파주(153만㎡) ▶포천(38만㎡) ▶연천(35만㎡) 등 1244만 ㎡의 접경지대를 ‘협의업무 위탁구역’으로 지정해 보호구역이란 틀은 유지하면서도 규제 문턱은 확 낮췄다. 해당 지역에서는 군이 사전에 정한 높이 미만의 건물을 지을 때 관할 부대와 협의 절차를 생략하고, 지방정부가 직접 허가할 수 있게 했다. 사실상 규제 해제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셈이다.
이번 조치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9월 강원도 타운홀 미팅에서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 필요하다”며 접경지 규제 해제를 약속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당시 이 대통령은 “꼭 필요한 데 말고는 다 풀어주면 좋겠다. 속도를 내달라”고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주문했다.
국방부는 이번 계획의 방점을 군사시설 보호구역 관리 패러다임을 ‘필요 최소 원칙’으로 전환하는 데 뒀다. 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 기준을 기존 ‘벨트형’에서 ‘박스형’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도 이에 따른 것이다. 군사분계선 25km 이내 지역 일대를 띠 모양으로 넓게 묶어 규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군사시설 주변만 콕 집어 관리하는 방식으로 개편해 불필요한 규제 지역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민간인통제선(민통선)의 ‘북상’도 추진된다. 통제 경계선을 북쪽으로 밀어 올려 민통선 내부에 묶여 있던 마을과 토지가 규제를 받지 않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탄약고를 땅속에 넣는 ‘지하화’를 통해 지상의 안전거리 규제 면적을 축소하기로 했다. 또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민통선 출입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시행할 예정이다. 기존엔 민통선을 통과할 때 초소에서 신분증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번 대규모 규제 완화가 6월 지방선거에서 보수 표심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번에 규제가 완화된 접경지역은 안보 문제 등의 영향을 받아 보수세가 강한 곳들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