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감사 과정에서 확보한 디지털 포렌식 자료를 수사기관에 임의로 제출하지 않는 등 내부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인권 친화적 감사를 위한 감사 절차 개선책’을 14일 발표했다. 정책 결정에 대한 감사 폐지(지난해 8월 6일)-특별조사국 폐지 및 감사 중간 발표 제한(지난해 12월 3일) 등에 이은 세 번째 감사원 내부 개선안이다.
감사원은 디지털 포렌식에 관해 디지털 자료는 현장에서 원본을 선별·추출하는 원칙을 명확히 하고, 이후 복제본은 법정에 검증에서 활용되는 등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즉시 폐기하기로 했다. 또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기관에 고발·수사요청·수사참고자료 관련 증거서류를 보낼 때 포렌식 자료는 빼도록 했다. 포렌식 실시 계획의 전결권자를 기존 국장에서 사무차장 등으로 상향하고, 감사 대상자가 10명 이상이거나 감사 대상 기관 소속이 아닌 관련자에 대해선 사무총장의 결재를 받도록 했다.
이러한 조처는 유병호 감사위원이 감사원 사무총장이었던 윤석열 정부 시절 감사원의 대대적인 포렌식 조사 관행이 이재명 정부 들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촉발됐다. 실제 2022년 하반기 감사원이 포렌식 조사를 벌인 기관은 같은 해 상반기의 6배였다. 감사원이 감사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과한 7대(월성 원전 조기 폐쇄, 국민권익위원장 근태, 사드 지연 배치, 서해 공무원 피살 대응, 북한 감시초소 불능화 검증,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 감사의 경우 포렌식을 실시한 디지털 기기가 682개에 달했다.
당시에도 감사원의 포렌식 조사가 수사기관과 달리 영장 없이 이뤄지는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됐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사생활 등 광범위하고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긴 포렌식 자료의 경우 법원의 영장 없이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감사 대상의 법적·인사상 불이익 등이 수반되는 조사 개시 통보의 경우 분기마다 통보의 유지 여부를 재검토하도록 했다. 최근 10년간 조사 개시 통보 대상자 2606명 중 46%(1200명)가 무고했는데도 평균 276일(약 9개월) 동안 심리적 압박과 인사상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다는 사실이 자체 조사 결과 드러났기 때문이다.
감사 기간 장기화에 따른 공직사회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실지감사(현장감사) 종료 후 추가 조사를 위한 감사 출장을 최소화하고, 필요시 정식으로 실지감사 연장 결재를 받도록 하는 등 감사 출장에 대한 통제 수위도 높이기로 했다. 7대 감사 감사기간이 감사원 전체 평균 252일의 2.2배(544일)로 조사된 데 대한 자성론이 작용한 결과다. 감사 대상 기관뿐 아니라 실제 감사 결과에 영향을 받는 이해관계자에게도 실질적인 소명 기회를 넓히기로 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향후에도 인권 존중 감사 문화 정착을 위한 개선책을 지속 발굴해 감사원법 등 관계법령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