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지브리 명작 애니에 무대의 감동 더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중앙일보

2026.01.13 22:10 2026.01.13 23:2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실사판으로 나온 ‘치히로’는 여전히 사랑스러웠다. 원작 애니메이션 속 판타지가 무대 예술로 새롭게 재현되며 원작과는 또 다른 감성을 전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치히로'(왼쪽)는 '하쿠'오른쪽)의 도움을 받아 마녀 '유바바'의 온천장에서 일하게 된다. 사진 TOHO Theatrical Dept.

지난 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음악극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일본의 거장 미야자키 히야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한 2001년 동명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2002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곰상, 이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명작이 즐비한 ‘지브리표’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이 작품을 최고로 꼽는 팬들이 적지 않다.

이 작품은 전설적인 애니메이션을 충실히 무대로 옮기며 막을 연다. 치히로의 가족이 차를 타고 시골로 향하던 중 우연히 발견한 터널을 통해 낯선 세계에 들어서는 모습, 음식을 탐한 대가로 돼지가 된 치히로의 부모, 소년 하쿠의 도움으로 마녀 유바바의 온천장에서 일하게 되는 치히로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초반 무대에 고스란히 재현됐다.

하지만 공연이 이어질수록 익숙하지만 새로운 장면이 관객을 맞이한다. 화려한 특수 효과가 아닌 ‘아날로그’ 기술로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는다. 10여명의 배우가 검은 천을 뒤집어 쓰고 한 몸이 돼 온천장 직원들을 닥치는 대로 먹는 ‘가오나시’를 연기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온천장으로 행차하는 신들의 모습, 힘을 모아 치히로 앞에 신발을 놓는 ‘숯검정들’ 등도 사람이 직접 움직이는 퍼핏(인형) 등으로 정교하게 구현됐다.

치히로가 가오나시와 함께 전차에 나란히 앉아 유바바의 언니 제니바를 찾아가는 장면은 서정적인 저녁 풍경과 어우러져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감성을 관객에게 전달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공연 모습. '치히로'와 '가오나시'가 전차를 타고 '제니바'를 찾아 가고 있다. 사진 TOHO Theatrical Dept.

‘음악극’을 표방한 작품다운 장면들도 등장한다. 온천장 직원들의 군무와 노래는 원작에는 없다. ‘어느 여름날’ 등 거장 히사이지 조가 만든 원작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은 무대 뒤편 11인조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무대를 감싼다.

이번 공연은 일본 오리지널 캐스트가 참여한다. 일본 초연부터 참여한 배우 카미시라이시 모네와 아이돌 그룹 AKB48 출신 배우 가와에이 리나가 치히로 역을 연기한다.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에서 여주인공 목소리 연기를 했던 카미시라이시 모네는 애니메이션 특유의 과장된 장면을 실감 나게 보여줬다. 아슬아슬하게 사다리에 오르며 발을 헛디디거나 미끄러지는 연기를 펼칠 땐 실제 그가 다치지 않을까 염려될 정도였다. 온천장에서 우여곡절을 겪은 치히로가 오열할 땐 일부 관객도 따라 울었다. 극 초반 엄마·아빠에게 칭얼거릴 때 이 배우의 실제 나이(27살)가 믿기지 않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온천장 직원들 모습 . 사진 TOHO Theatrical Dept.

2022년 일본에서 제작사 토호 창립 90주년 공연으로 제작된 이 공연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오리지널 연출가이자 올리비에상과 토니상을 수상한 존 케어드가 연출을, 그의 부인 이마이 마코토가 번안을 맡았다. 2022년 도쿄 초연과 이어진 일본 국내 투어는 물론 2024년 영국 런던 공연 및 중국 상하이 공연에서도 흥행을 이어갔다. 한국 공연도 이달 18일까지 공연은 전석 매진 상태다. 지난 10일 극장에는 일본인 관객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일본어로 공연되며 한글 자막이 무대 옆과 아래 스크린에 제공되는데 일부 자리에선 무대와 자막을 번갈아 보기 다소 불편할 수 있다.

공연은 오는 3월 22일까지 이어진다.



하남현([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