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군, 고의로 조준해 공포 조장 의혹…현장 참상 증언 쏟아져
인터넷 차단으로 극히 일부만 외부에 전해져…인권단체 "사망자 2천571명"
"이란 시위대 총상 눈·머리에 집중…자동소총 무차별 난사"
보안군, 고의로 조준해 공포 조장 의혹…현장 참상 증언 쏟아져
인터넷 차단으로 극히 일부만 외부에 전해져…인권단체 "사망자 2천571명"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마치 부상병들이 야전에서 치료받는 전쟁 영화가 따로 없어요. 수혈할 피도 없고, 의료 물자도 부족합니다. 제 동료는 병실이 부족해 영하의 날씨 속 맨바닥에서 시위대를 치료했다네요."
반정부 시위에 대한 무자비한 진압으로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는 이란. 이곳의 의료진과 시민들이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전하는 현장 상황은 전쟁터나 다름없다.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는 안구 부상 사례만 400건 이상 보고됐다. 의료진이 접한 시위대의 총상은 대부분 눈과 머리에 집중돼 있다고 한다.
한 의사는 "보안군이 고의로 머리와 눈을 쏘고 있다"며 "시위대가 앞을 보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사는 많은 환자가 안구를 적출해야 했고, 결국 실명했다고 덧붙였다.
끝모를 경제난 속 화폐가치 폭락이 불씨가 돼 작년 연말 터져나온 이번 시위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번졌고, 정부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면서 거리에는 시신이 쏟아지고 있다.
매일 밤 수만 명의 시위대가 전국 각지의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이란 최고 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해 "독재자에게 죽음을" 같은 반정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의료진은 부상 유형으로 미뤄 당국이 시위대의 눈을 노리고 총을 쏜다고 확신하고 있다. 당국은 시위대를 향해 금속 산탄(사격하면 안에 있는 작은 탄알들이 퍼져 터지는 탄알)이 든 엽총뿐만 아니라 실탄이 장전된 자동소총을 난사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압도라만 보루만드 인권 센터'에 따르면 시위 참가자의 특정 부위를 겨냥한 사격도 자행되고 있다. 주요 장기를 고의로 조준해 시위대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골반 부위에 총을 맞은 한 소녀는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활동가들이 가디언에 보낸 영상에는 한 시위 참가자가 입에서 피를 쏟으며 바닥에 쓰러지자 주변에서 "숨을 안 쉬어! 제발 버텨! 제발 정신 차려!"라며 비명을 지르는 장면이 담겼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30대의 야시(가명)는 NYT와 인터뷰에서 지난 9일 밤 테헤란에서 친구들과 행진하던 중 보안군이 들이닥쳐 10대 소년의 다리를 쐈다고 증언했다.
그 장면을 지켜본 소년의 어머니는 "내 아들! 내 아들! 놈들이 내 아들을 쐈어!"라며 울부짖었다고 한다.
NYT의 인터뷰에 응한 두 명은 테헤란 사타르칸과 파스다란 지역에서 저격수들이 군중을 향해 총을 쏘는 것을 봤다고 했다. 아그다시에 지역에서는 보안 요원이 차를 타고 지나가며 군중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이란 당국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인터넷과 통신을 차단한 상태다. 이에 따라 이란 안팎의 언론·인권 단체는 물론이고 현장의 시위대도 정확한 상황과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간간이 흘러나오는 영상들과 위성 인터넷을 통해 겨우 외부와 연락이 닿는 일부 이란인들의 메시지는 참상의 극히 일부만 보여주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 기반한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이란 시위 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2천571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시위대 2천403명, 정부 측 관계자 147명, 18세 미만 미성년자 12명, 그리고 시위에 참여하지 않은 민간인 9명이라고 이 단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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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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