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한 지붕’에서 방산·에너지부터 금융·소비재까지 다양한 사업을 해왔던 ㈜한화를 쪼개기로 했다.
㈜한화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테크·라이프 부문 계열사를 총괄하는 신설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를 세우기로 의결했다. 김승연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주도해왔던 테크·라이프 부문 회사들을 ㈜한화로부터 독립시킨 셈이다. 인적분할은 오는 6월 임시주주총회 등 절차를 거쳐 7월 중 완료할 계획이며, 신설법인 초대 대표이사에는 김형조 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사장이 내정됐다.
한화 측은 “이번 인적분할로 존속법인은 방산·조선 등 핵심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고, 신설법인도 분할 전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되며 적기에 투자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며 “복합기업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한화그룹은 다양한 사업부문을 모두 ㈜한화 아래 두면서 복합기업 형태를 유지해왔다. 산업 사이클이나 업태 등이 다른 사업이 한 회사에 묶여있다 보니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었고 ‘주가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지목돼왔다.
하지만 이번 분할로 존속법인은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그룹 부회장이 주도해왔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솔루션 등 방산·조선·해양·에너지 계열사와 ▶차남 김동원 사장이 주도해왔던 한화생명 등 금융 계열사 위주로 재편된다. 신설하는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에는 ▶김 부사장이 주도해왔던 한화비전·한화모멘텀·한화세미텍·한화로보틱스 등 테크 분야 계열사와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아워홈 등 라이프 분야 계열사가 속한다.
분할 비율은 순자산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존속 법인 76.3%, 신설 법인 23.7%로 산정됐다. 기존 주주들은 분할 비율대로 존속법인과 신설법인 주식을 배정받게 된다.
재계와 시장에서는 한화의 승계 구도에 주목하고 있다. 인적분할로 김동관 부회장(방산·조선·해양·에너지), 김동원 사장(금융)이 ㈜한화에 남고 김동선 부사장(테크·라이프)이 독립하면서 중장기적으로 3형제 간 계열분리 구도가 갖춰졌기 때문이다.
앞서 김승연 회장의 증여 이후 오너일가의 ㈜한화 지분율(지난해 12월 17일 기준)은 한화에너지 22.16%, 김승연 11.32%, 김동관10.44%, 김동원 5.38%, 김동선 5.43%로 재편됐다. 여기에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50%, 김동원 20%, 김동선 10%씩 지분을 갖고있다. 지난해 12월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에너지 보유 지분 중 각각 5%, 15%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에 매각해서다. 이번 인적분할로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 모체격인 ㈜한화의 장악력을 키우게 돼 김 부회장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가 완료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화는 이날 주주가치 제고 방안도 발표했다. 먼저 임직원 성과보상분(RSU)을 제외한 보통주 445만주(시가 4562억원, 전체 보통주의 5.9%)를 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소각하기로 했다. 최소 주당 배당금(DPS)은 지난해 지급했던 주당 배당금(보통주 기준 800원)보다 25% 높인 1000원(보통주 기준)으로 정했다. ㈜한화는 현재 남아있는 구형 우선주 19만9033주도 전량 장외매수방식으로 취득·소각하기로 했다.
이날 ㈜한화 주가는 인적분할 발표에 따른 ‘복합기업 디스카운트’ 해소기대, 주주가치 제고 추진 계획 등으로 전일 대비 25.37% 오른 12만8500원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