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실업률이 12월 기준으로는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졌던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공공 일자리 사업 등으로 고령층 일자리는 늘었지만, 제조ㆍ건설업 등 민간 부문 고용이 식으며 청년층 고용 시장에는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14일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실업자수는 121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3000명 늘었다. 실업자 수는 12월 기준으로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9년 이후 최대치다.
실업률 역시 훌쩍 뛰었다. 지난달 실업률은 4.1%로 전년보다 0.3%포인트 올랐다. 12월 기준으로는 2000년(4.4%) 이후 최고치고, 코로나19 여파가 미쳤던 20년 12월(4.1%)과 같다. 연령별로는 30대 실업자가 17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53%(5만3000명)이 늘었다. 30대 실업률은 3%로 전년보다 0.8%포인트 증가했다. 이밖에 60세 이상 실업자가 4만6000명 증가했다.
빈현준 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청년층은 숙박음식ㆍ제조업ㆍ건설업 등에서 고용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30대는 노동시장 진입 수요가 늘며 초기 단계엔 실업 상태로 나타나 실업률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 중에서 실업자(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지만 못 구한 사람)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실업률은 뛰었지만 고용 시장 전체는 뜨거웠다.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20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16만8000명(0.6%) 증가했다. 고용률은 61.5%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늘었다. 특히 지난해 연간 고용률은 62.9%로 전년보다 0.2%포인트 오르며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후 가장 높았다. 다만 취업자 수 증가 폭은 19만3000명에 그쳤다.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2년 81만6000명을 기록한 후 23년(32만7000명), 24년(15만9000명) 등으로 매년 둔화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뜯어 보면 K자형 양극화가 뚜렷했다. K자형 양극화란 경기 회복 과정에서 소득ㆍ고용 등의 양극화가 알파벳 모양처럼 심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양극화는 청년과 고령층에서 크게 나타났다. 지난달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는 24만1000명이 늘었지만, 20대(-14만명), 40대(-3만3000명), 50대(-1만1000명) 등 전연령에서 취업자가 감소했다. 고용률은 60세 이상이 42.8%로 전월보다 0.2%포인트 늘어난 반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4.3%로 전월보다 0.4%포인트 줄었다. 청년 고용률은 24년 5월 이후 20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연간으로 보면 청년층과 고령층의 고용률도 역전됐다. 지난해 청년층 고용률은 45%로 21년(44.2%)이후 가장 낮았다. 반면 60대 이상 고용률은 46.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층 취업자 수는 17만8000명이 감소했는데, 고령층 취업자는 34만5000명이 늘었다. 청년층과 고령층 고용률 역전은 코로나19 때였던 2020년(-0.2%포인트) 이후 처음이고, 격차는 1.7%포인트로 역대 최대다.
두 연령대의 고용 격차가 커진 데는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의 온도 차 영향이 크다. 민간 부문은 건설, 제조업 등 비(非)IT 부문의 고용 창출력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경력직 채용 선호 현상 등으로 고용 창출력이 둔화하고 있다. 반면 고령층 일자리 사업에 초점이 맞춰진 공공부문 일자리 사업은 매년 규모를 키우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일 낸 ‘민간고용 추정을 통한 최근 고용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일자리는 2015년 월평균 113만명에서 지난해 1~3분기에는 월평균 208만명으로 늘었다. 고용증가를 민간과 공공으로 나눠봤더니 지난해 민간 일자리는 5만명이 늘었지만, 공공일자리는 13만명이 늘었다. 보고서는 “취업자 수에서 공공일자리의 비중이 커지면 전체 취업자수만으로 실제 고용상황 그리고 나아가 경제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실제 지난해 산업별 취업자 수 증감을 보면 건설업(-12만5000명), 제조업(-7만3000명) 등의 고용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건설업은 2013년 산업분류 개정 후 감소폭이 가장 컸고, 제조업은 2019년 이후 최대 감소다. 반면 노노(老老)케어 등 공공일자리 분야가 많은 보건ㆍ사회복지서비스업은 취업자수가 23만7000개가 늘어나며 전체 취업자수 증가 폭(19만3000명)보다 많았다. 정부는 올해도 역대 최대인 115만2000개의 노인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새정부 출범 이후 내수 개선과 관련한 정책적 노력이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건설업이나 제조업, 청년고용 부진이 이어지는 점은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고용환경이 녹록지 않다 보니 취업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도 늘고 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쉬었음’ 인구는 255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30대 쉬었음 인구는 30만9000명으로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청년층 쉬었음 인구도 42만8000명으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44만8000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로 보면 20대 쉬었음 인구가 전년보다 9000명 늘어난 39만4000명으로 20년 12월(45만8000명) 이후 가장 많았다. 반면 지난달 취업준비자는 57만명으로 전년보다 3만7000명이 감소했다.
빈현준 국장은 “채용 문화에 있어서는 수시채용ㆍ경력직 채용이 과거보다 늘어나면서 실업으로 가야 할 이들이 쉬었음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 명예교수는 “단기ㆍ저임금인 60대 이상 고령층 일자리는 늘어나는 반면, 청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내수 부진과 각종 규제 등으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신성장 산업을 육성하고 내수를 회복시켜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