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며 위기에 빠진 이란 정부가 중국에 도움을 구하려 하지만, 중국이 소극적인 태도로 관망하고 있어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 개입'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는 상황에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이란 관리들은 지속되는 (미국의) 제재 압박 속에서 중국이 자국과 맺은 경제 협정을 더 적극적으로 이행하도록 촉구해 왔고, 이번 시위와 관련해서도 더 많은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중국은 지지의 신호를 거의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이란은 그간 경제·외교·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핵합의(JCPOA)를 파기한 뒤 제재가 강화되자, 이란은 중국에 원유를 대량 판매하며 외화를 확보해 왔다. 중국은 2023년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하기도 했다. 자이안 총 싱가포르국립대 정치학과 부교수는 “이란에게 중국은 제재 속 생명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이란 정권이 마주한 가장 큰 위기 앞에서 중국은 ‘요지부동’인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부에 “평화 시위대를 살해할 경우 매우 강력한 옵션을 검토하겠다”라며 ‘군 개입’을 시사했지만, 중국은 원론적 입장만 내놓고 있다.
류펑위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이란 사태 이후 X(엑스·옛 트위터)에 “강압과 압력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썼지만, 미국을 직접 겨냥하진 않았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이란 정부와 국민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가 안정을 유지하길 바란다”라고 짧게 언급했다.
중국이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주요 외신은 현재 중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미국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앞서 지난해 10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가 열린 당시 부산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년간 관세 조치 등 추가 확전을 멈추고, 희토류 등 일부 수출통제 조치를 유예·완화하는 등 일종의 ‘휴전’에 합의한 바 있다.
중국 입장에서 이란은 ‘잃어도 치명적이지 않은 존재’라는 설명도 나온다. 중국은 이란 원유의 약 90%를 사들이는 이른바 ‘VIP 고객’이지만, 중국 전체 원유 수입량에서 이란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에 불과하다. 총 부교수는 “중국에 이란은, 에너지와 중동 접근 경로를 얻는 방법의 하나였을 뿐”이라고 짚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 “이란은 중국이 자신을 대신해 총알을 맞아주길 기대하고 있지만, 그것은 순전히 환상”이라는 한 애널리스트의 글이 인기글에 오른 것도, 이런 중국 내 분위기를 반영한다.
그러나 중국이 계속 관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에 대해 추가로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