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의 무차별 유혈 진압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최소 3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 당국은 자동소총과 저격수를 동원해 학살 수준의 총격을 가하고, 전자전(電子戰) 장비까지 동원해 위성 인터넷 차단에 나서는 등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보건부 고위 관리 등을 인용해 “시위 진압과정에서 보안요원 수백명을 포함해 최소 300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당초 로이터통신을 통해 알려진 2000명보다 더 늘어난 수치다. 이란 국영방송도 “테러단체로 인해 많은 순교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반정부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지난 8∼9일 이란 현대사에서 가장 대규모의 학살이 자행돼 최소 1만2000명이 죽었다”며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준군사조직 바시즈 민병대의 총격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당국은 시위대를 향해 무자비한 사살 작전을 벌이는 중이다. NYT는 이란군이 자동소총과 주요 건물 옥상에 배치한 저격수를 통해 비무장 시위대를 조준 사격함에 따라 머리와 가슴 등 급소를 맞은 총상 환자와 시신이 테헤란 병원과 거리에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도 “머리뿐 아니라 눈에 총을 맞아 실명된 환자가 전국 응급실로 쏟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이 환자가 회복되는 즉시 체포하고, 시신을 수습하러 온 유가족에게 “가족이 테러 단체에 의해 살해됐다”는 자백을 강요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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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전자전 장비로 스타링크 무력화
이란 정부는 지난 8일 인터넷망 차단에 맞서 시위대가 활용해 온 위성인터넷 ‘스타링크’ 무력화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은 군사용 수준의 전파방해(재밍) 도구를 활용해 스타링크 신호를 교란하고 있다”며 “완전 차단은 못해도 수신을 불안정하게 해 시위 영상의 대용량 업로드를 막으려는 전략”이라고 전했다. 테헤란 등에선 가택 수색 등을 통해 스타링크 사용자 색출과 안테나 압수도 벌이고 있다. 대규모 친정부 시위대를 통한 여론전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맞서 스타링크 측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을 통해 이란 당국의 전파방해를 우회하고, 이란 내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가입비와 구독료를 면제하는 무료 서비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당국의 유혈 진압에도 시위대는 연일 저항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테헤란 사업가 사이드는 NYT에 “사람들은 더이상 (정부 진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살인행위가 시위를 멈추게 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선 유럽을 중심으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가 이뤄질 전망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X(엑스·옛 트위터)에 “탄압에 책임이 있는 주체들에 대한 추가 제재가 신속하게 제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폴리티코 유럽판은 “IRGC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프랑스·영국 등은 유혈 진압에 항의해 자국 주재 이란 대사를 초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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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츠 “이란 정권 며칠 안 남아”
이란 정권의 붕괴 가능성도 거론됐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폭력을 통해서만 권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정권은 사실상 끝난 것”이라며 “이 정권의 마지막 며칠, 몇 주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권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이란계 미국인 학자 발리 나스르는 로이터에 “이란 이슬람 공화국 붕괴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며 “시위대가 더 오래 거리투쟁을 벌이고 군 등 국가조직 일부가 이탈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IRGC와 바시즈 등 100만 명 규모의 무장세력이 건재한 상황에서 이란 권력 상층부가 분열하지 않는 한 정권 붕괴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