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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법원장 “시위 가담자 신속 재판·처형”…유혈 진압 사망자 1만2000명 추정

중앙일보

2026.01.14 03:10 2026.01.14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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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영상을 캡처한 화면에는 이란 테헤란주 카흐리자크에 위치한 법의학 진단·검사센터 바닥에 수십 구의 시신이 놓여 있고, 유가족들이 가족을 찾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AFP=연합뉴스
이란 사법부 수장이 반정부 시위로 구금된 이들에 대해 신속한 재판과 처형을 예고하면서, 시위 진압을 둘러싼 인권 침해 논란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대규모 유혈 진압으로 사망자가 최소 1만2000명에 달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며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이란 국영매체에 따르면 모흐세니에제이 이란 대법원장은 최근 회의에서 “국가 안보를 해친 시위 가담자들에 대해 지체 없는 재판을 진행하고, 유죄가 확정되면 즉각 처벌을 집행할 것”이라며 사실상 사형 집행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적대 세력과 연계된 폭동 가담자들에 대한 관용은 없다”고도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수주간 이어진 반정부 시위에 대해 이란 당국이 강경 대응 기조를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시위 진압 과정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반체제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란 정부·안보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8~9일간 인터넷이 차단된 가운데 조직적인 유혈 진압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최소 1만200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와 대통령실 등 복수의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교차 검증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사망자 대부분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이에 연계된 준군사조직 바시즈 민병대의 실탄 사격에 의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번 진압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직접 명령 아래, 입법·행정·사법 3권 수장의 승인과 최고국가안보회의의 실탄 사용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고 한다.

희생자 상당수는 30세 미만 청년층으로, 매체는 “지리적 범위와 폭력 강도, 단기간 사망자 수 측면에서 전례 없는 사건”이라며 “우발적 충돌이 아닌 조직적 학살”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이 같은 주장은 이란 전역에서 인터넷과 통신이 차단된 상황에서 제기돼 아직 독립적인 국제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9일(현지시간) SNS를 캡처한 화면에는 이란 테헤란 사아다트아바드 광장에서 벌어진 시위 도중 차량들이 불타는 모습이 담겨 있다. AFP=연합뉴스

국제 인권단체들의 집계 역시 피해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르웨이 기반 이란인권단체이란휴먼라이츠(IHR)는 시위 발생 17일째인 이날 기준, 이란 15개 주에서 최소 734명이 숨지고 수천 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비공식적으로는 사망자가 6000명을 넘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덧붙였다.

IHR은 이스파한 지역 법의학기관에 등록된 시위 관련 사망자가 최소 1600명에 이르며, 마잔다란주에서는 통신 차단이 시작된 지난 8일 이후 실탄 사격으로 최소 80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일부 희생자는 산탄과 실탄에 동시에 맞았고, 시신조차 수습되지 못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 절차를 둘러싼 인권 침해 우려도 제기된다. IHR은 “국영 매체가 시위 발생 며칠 만에 시위대의 강요된 자백 영상을 방송하기 시작했다”며 “고문과 강압으로 얻은 자백을 정식 재판 전에 공개하는 것은 무죄 추정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변호인 접견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수 분 만에 끝나는 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란 정부는 피해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 관계자는 시위 관련 사망자가 약 2000명이라고 밝혔고, 유엔은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수백 명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폴커 튀르크 유엔 최고인권대표는 “이 끔찍한 폭력의 악순환은 중단돼야 한다”며 “이란 국민이 요구하는 공정성, 평등, 정의의 목소리는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재성([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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