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경이 한·일 정상회담이 열린 다음 날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에서 순찰 활동을 벌였다. 미·중 관계 안정 국면에서도 중국이 동아시아와 동남아에서 군사적·외교적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역내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중국 해경은 14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날 중국 해경 1306함정 편대가 우리 댜오위다오 영해 내에서 순찰했다”며 “이는 법에 따라 전개한 권익 수호 순찰 활동”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 해상보안청은 중국 해경 선박 4척이 이날 오후 4시쯤 센카쿠열도 주변 일본 영해를 침입했다고 발표했다. 교도통신은 해당 중국 선박 모두에 기관포가 탑재돼 있었으며, 일본 측이 영해 밖으로 나가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 선박이 센카쿠 열도 주변 영해를 침입한 것은 지난해 12월 10일 이후 처음으로, 해당 해역에서 중국 선박이 확인된 것은 61일째다.
센카쿠열도는 일본이 실효 지배하고 있으나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이다. 중국은 그간 순찰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며 영토·영해 주장을 강화해 왔고, 일본의 대만 관련 발언이나 안보 정책 변화 등 ‘핵심 이익’을 침해한다고 판단되는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해경선을 투입해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특히 이번 순찰은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전날 일본 나라현에서 정상회담을 한 직후 이뤄졌다. 중국 외교부는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대해 “한·일 간의 일”이라면서도 “국가 간 교류는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언급해, 중국이 한·일 협력 강화 흐름을 의식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중국의 이 같은 행보는 미·중 정상 간 관계 안정 기조와는 다른 모습이라는 평가도 있다. 사무엘 퍼파로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12일 하와이에서 열린 ‘호놀룰루 국방 포럼’ 연설에서 “미·중 관계 안정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아시아에서 여전히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퍼파로 사령관은 중국 인민해방군(PLA)이 필리핀과 분쟁 중인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 인근에서 공세적 행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일본이 실효 지배 중인 센카쿠열도 주변에서도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국가들에 대한 지속적인 압력이 관측된다”고 말했다.
미국 내 일각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서반구에 전략적 비중을 두며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우선순위를 낮추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퍼파로 사령관은 “인도태평양은 여전히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발생할 수 있는 지역”이라며 “억지력에 실질적인 손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