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정승우 기자] 2026 북중미 월드컵과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을 앞둔 가운데, 미국의 군사·외교 행보가 월드컵 개최국 자격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영국 'BBC'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의회 내 초당적 의원들이 국제축구연맹(FIFA)에 미국을 월드컵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외교 정책이 국제법과 주권 존중 원칙을 위반했다는 문제 제기"라고 보도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이달 초 미군이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작전을 벌여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사건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콜롬비아, 멕시코, 이란, 그린란드 등을 상대로 군사적 압박성 발언을 이어가면서 파장이 커졌다.
영국 노동당, 자유민주당, 녹색당, 웨일스 민족당 소속 의원 23명은 의회에 공식 동의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국제 스포츠 대회가 강대국의 국제법 위반을 정당화하거나 정상화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라며 월드컵을 포함한 주요 국제대회에서 미국의 자격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특히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은 주권 국가의 내정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이라며 "덴마크, 콜롬비아, 쿠바 등을 향한 미국 고위 인사들의 반복적이고 노골적인 위협이 국제 질서를 훼손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백악관은 BBC의 질의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앞서 마두로 체포는 "마약 밀매와 테러에 연루된 불법 지도자를 겨냥한 법 집행 작전"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석유 산업을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발언해 국제사회의 거센 반발을 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국제법이 존중되지 않았다"며 우려를 표했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콜롬비아에 대한 군사 작전 가능성을 언급했고, 멕시코를 향해서는 "마약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라며 미군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은 이를 즉각 거부했다. 또 트럼프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덴마크령 그린란드의 통제 필요성을 주장하며 군사력 사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도 국제축구연맹(FIFA)은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BBC는 "월드컵 개최국이자 대회 대부분을 치르는 미국을 상대로 FIFA가 실제 제재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했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밀접한 관계 역시 변수로 꼽힌다.
FIFA는 과거에도 개최국의 정치 문제로 압박을 받은 적이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크림반도 병합 이후에도 강행됐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에는 러시아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배제됐다. 이에 대해 영국 의원 브라이언 리시먼은 "러시아 사례가 옳았다면, 미국 사안에도 일관성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입장도 비슷하다. IOC는 러시아 선수단에 대해 중립 선수만 출전을 허용하면서도,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과 2028 LA 올림픽에서 미국 선수 배제 가능성은 일축했다. IOC는 "정치적 갈등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본다. 메가 스포츠 이벤트 유치 자문가 존 제라파는 "만약 미국이 그린란드처럼 나토 동맹국의 영토에 무력을 행사한다면, FIFA와 IOC의 '중립' 원칙은 심각한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 정책 역시 변수다. 미국은 현재 이란, 아이티,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등 일부 참가국 팬들에게 입국 제한을 적용하고 있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월드컵이 권위주의적 목적에 이용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질 2026 월드컵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이 티켓 판매, 공동 개최국 간 협력, 그리고 국제 스포츠 단체의 정치적 중립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제 스포츠와 정치의 경계가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