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혁신의 시금석이 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앞두고,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소유분산(대주주 지분 제한)’ 도입 논의가 뜨겁다. 이는 단순한 거래소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테크 산업 전반의 혁신 동력과 직결되는 만큼 그 파급효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2025년 ‘혁신 주도 성장’과 ‘창조적 파괴’ 연구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모키어·아기옹·하윗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시장 진입과 퇴출이 활발한 구조가 성장을 견인하는 반면, 기득권을 보호하거나 퇴출을 봉쇄하는 정책은 도리어 성장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이다. 이를 디지털자산 시장에 적용하면, 새로운 사업 모델을 허용하되 사후 책임을 강화해 시장의 역동성을 살리는 것이 타당하다. 반면에 지분 상한이나 과도한 사전 인허가는 혁신의 싹을 자르는 과잉 규제에 해당한다.
대주주 지분 제한은 거래소를 금융 인프라로 보고, 지배력 집중에 따른 리스크를 차단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미국·EU·일본·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상자산사업자의 대주주 지분율 자체를 제한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 국가는 사기·조작 등 위반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 내부통제 및 감독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사후 규율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혁신의 주체인 민간의 에너지를 존중한다.
법리적·현실적 문제도 크다. 특정 기업의 지분 보유를 강제로 제한하는 방식은 헌법상 재산권 침해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더구나 기술과 사업 모델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획일적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자생적으로 성장해 온 디지털자산거래소에 사전적 규제인 대체거래소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 또한 논리적 비약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혁신 산업의 태동기에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수다. 글로벌 빅테크와 주요 혁신 기업들이 창업자 중심의 지배구조를 통해 성장 동력을 유지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공한 스타트업의 지배구조를 사후적으로 강제 조정하려는 시도는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우리는 이미 게임 셧다운제, 타다 금지법, 원격의료 규제 등 과도한 사전 규제로 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스스로 훼손한 바 있다. 혁신의 가능성이 보일 때마다 규제로 속도를 늦추는 정책 실패의 구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번 소유분산 논쟁이 금융시장을 넘어 대한민국 혁신 산업 전반의 발목을 잡는 선례로 남지 않도록, 규제 만능주의를 경계하고 균형 잡힌 원칙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