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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312) 참음

중앙일보

2026.01.14 07:04 2026.01.1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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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시인
참음
노천명(1912∼1957)

이 가슴 맺힌 울분 불꽃 곧 될 양이면
일월도 녹을 것이 산악 어이 아니 타랴
오늘도 내 맘만 태우며 또 하루를 보냈노라

임이 가오실 제 명심하란 참을 인(忍)자
오늘도 가슴 속 치미는 불덩이를 쥔 채로
참음의 더운 눈물로 굳이 힘껏 사옵니다
-한국현대시조대사전

시대의 어려움
한국 현대 시단에 모윤숙과 더불어 여성 시인의 선두라 할 노천명이 남긴 드문 시조 가운데 한 편이다. 일제 강점기에 식민지의 백성으로 태어나 생애의 대부분을 보내고 좌우 대립의 해방 공간과 6·25 전쟁을 겪은 뒤 마흔다섯 살 짧은 생애를 살다간 시인의 고통이 가슴 아프다.

일월도 녹이고 산악도 태울 울분이 무엇이었을까? 임이 가시며 명심하라던 ‘참을 인’자 한 자를 쥔 채 더운 눈물로 견디던 고통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누구든 불행한 시대를 살아보지 않고 함부로 단죄할 수는 없다. 그러나 노천명은 친일과 좌익 활동으로 복합적이고 논쟁적인 이름이기도 하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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