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김병기 ‘필향만리’] 未信則以爲謗己也(미신즉이위방기야)

중앙일보

2026.01.14 07:06 2026.01.14 12:1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공자의 제자 자하는 “믿음을 얻지 못한 지도자가 사람을 부리면 사람들은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하고, 믿음이 없는 사이에 충고를 하면 헐뜯는 것으로 여긴다”고 했다.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말이다. 믿음을 얻지 못한 상사가 작업지시를 하면 부하직원은 자신을 괴롭힌다고 여길 것이고, 평소 신뢰하는 사이가 아닌 사람이 문득 충고를 하고 나서면 그 충고는 비방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믿음이 없으면 충고를 비방으로 여긴다. 以爲:~라고 여기다, 謗:헐뜯을 방, 己:몸(자기) 기. 31x65㎝.
믿음을 얻은 사람만이 충고를 할 자격이 있다. 요즈음은 자식에게도 부모의 충고가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의 가치만 지나치게 중시하다 보니 디지털에 어두운 부모의 말발이 서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 사이에는 혈연의 천륜이 작용하여 서로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반면 대통령은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남이다. 오직 믿음직스러운 ‘우리’ 대통령이어야만 존경도 싹트고 말도 귀에 들어온다. 그런데 지난 정권의 대통령은 우리 대통령이 아니었다.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지는 바람에 아직도 정치인들 사이에는 불신만 팽배해 있다. 헐뜯기가 일상이 되어 바른 충고도 다 헐뜯음으로 몰아간다. 반성 없이 신뢰가 생길 리 없고, 신뢰가 없으니 비방만 난무할밖에. 제발, 반성해야 할 자들은 반성을 좀 하기 바란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