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율주행 시장의 양강 구도는 이미 명확하다. 미국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표준을 만든다. 웨이모는 센서의 정밀도를 끌어올렸고, 테슬라는 수억 킬로미터의 주행 데이터를 무기로 삼았다. 아마존의 죽스는 운전석을 없애며 ‘차 안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중국은 국가가 방향을 정하고, 기업은 대량생산으로 밀어붙인다. 로보택시 한 대 가격은 약 4만 달러. 성능보다 보급, 완성도보다 확산이다. 소프트웨어의 정점은 미국이 차지했고, 하드웨어와 가격은 중국이 잠식하고 있다.
3강을 꿈꾸는 한국의 선택지는 분명하다. 따라가면 진다. 데이터도, 가격도 이길 수 없다. 기술 격차를 줄이는 전략은 출발부터 패배를 전제한다.
대안은 ‘다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고려청자가 송나라 도자를 이긴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해석이었다. 고려 도공들은 원조를 복제하지 않았다. 상감기법이라는 전혀 다른 미학을 만들어냈다. 모방 경쟁에서 벗어나는 순간, 후발자는 선도자가 된다.
한국 자율주행도 마찬가지다. 거대언어모델(LLM)이나 센서 성능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새겨 넣어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문제다. 한국 사회가 가장 아파하는 지방 소멸과 청년 주거 문제다.
이때 자율주행차는 이동하는 집이자, 에너지 자산이다. 목적기반차량(PBV) 형태의 자율주행차가 지방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충전해 도심으로 이동한다. 청년에게는 출퇴근 수단이 아니라 생활 공간이 된다. 출근길은 더 이상 견뎌야 할 시간이 아니다.
도심에 도착한 차량은 멈추지 않는다. 차량-전력망 연계(V2G)로 전력을 공급하고, 물류와 상업 공간으로 전환된다. 밤이 되면 다시 사람을 싣고 지방으로 돌아간다. 이동은 소비가 아니라 생산이 된다.
이 모델은 기술 실험이 아니다. 사회 설계다. 미국은 알고리즘을 팔고, 중국은 가격을 덤핑한다. 한국은 해법을 수출해야 한다. 자율주행에 사회적 목적을 결합하는 순간, 경쟁의 기준은 성능이 아니라 의미로 바뀐다.
자율주행은 주차장을 없앨 것이다. 한국형 자율주행은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없애야 한다. 지방의 고립, 청년의 불안, 에너지 낭비다. 가장 한국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만이 세계 시장에서 독자적 위치를 갖는다.
기계공학의 스펙 경쟁은 이미 끝났다. 남은 싸움은 어떤 사회를 설계하느냐다. K자율주행이 답해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더 빠른 차를 넘어,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