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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질문 있습니다”의 두려움

중앙일보

2026.01.14 07:18 2026.01.1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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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 Mind Miner
“질문 있습니다!”라는 말 한마디에 수십명의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그쪽으로 돌렸습니다. 오래전 교실, 배워야 할 것은 많고 나가야 할 진도는 한참인 상태라 수업의 시작은 언제나 “지난번 어디까지 했지?”라는 선생님의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교과와 시수라는 목표는 각자가 정규교육의 실행자와 수혜자로서 의무를 이행하는 엄중한 생업의 현장과 같았습니다. 월말과 기말에 촘촘하게 배치된 시험은 정해진 과정을 충실히 이행했는지 점검하는 통과 의례와 같았기에, 교과서의 페이지를 따라 한 방향으로 설계된 진도는 언제나 넘지 못할 금기와 같았습니다. 부족하면 나머지 공부로 따라가야 했고, 발 빠른 친구들은 선행 학습으로 학기 시작 전에 이미 해야 할 과정을 미리 끝내고 오기 일쑤였습니다.

기존 시스템 맹목적 학습보다
비판·추론 능력 점점 중요해져
지혜의 확장은 질문에서 출발

이런 상황에서 질문은 금기시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이해는 개인의 몫이고 열린 결말과 같은 해석의 자유도는 평가의 공정성이라는 척도에서 불경한 도전으로 간주되었습니다. 확실히 정오판정이 디지털로 이루어지는 사지선다형 시험문제가 선호될 만큼 예전 교육은 모호함과 사고 확장의 가능성을 제한했습니다. 이렇듯 명백한 사실을 주입하는 방식의 학습을 그간 공교육이라 불렀습니다. 그 시절 무엇보다 자원의 빈한함으로 각 개인의 성장을 위한 돌봄은 바랄 수도 없었기에, 진도를 나가는 속도를 느리게 만드는 질문은 금기시되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자칫 스승의 가르침이 무결하다는 인식을 낳게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과학적 원리의 발견이나, 층위에 따라 관점이 다양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해, 단선적이지 않은 사회문제의 원인과 해결책 등 우리의 세계는 실시간으로 변화합니다. 살아있는 학습은 문명의 변화를 이해하고 현실 사회 문제에 눈을 감지 않으며 자신만의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무엇보다 그 관점을 상대와 교류하고 상호 이해하며 협력을 이끌어내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나가는 힘을 갖게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 제도와 시스템의 맹목적 수용이 아니라 그 가치가 형성되는 과정의 맥락을 이해하고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을 갖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어떤 형식과 규칙이 존속할 것이고, 또한 어떻게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갈 것인지 추론하는 것을 합리적 사고라 정의할 수 있습니다.

이 행위의 출발은 기존 시스템을 맹목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되려 기존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렇게 되었다’가 아니라 ‘왜 그렇게 되었나’를 질문하는 것으로부터 지난 원리의 규명이 시작됩니다. 우리의 목표는 지난 가치의 절대적 수용이 아닌 새로운 환경 변화에 맞춘 시스템의 현행화이기 때문에, 합리적 비판으로 답습이 아닌 발전적 해체를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제한된 삶과 한정된 모둠의 지식이 아닌 인류와 행성의 지혜로 확장되는 지식의 장점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닌 더 적응적인 원리의 탐색입니다. 이제 교육의 기회 확대와 연결성의 긴밀함으로 지식 생성의 협력 주체가 인류의 전 범위로 확장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식 생성 주체가 컴퓨터와 인공 지능이라는 탐색의 성실함과 속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개체로까지 확장되며, 지식의 범주와 크기가 폭증하게 되자 더 이상 종이에 이를 옮겨 넣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사전에 선행학습으로 백과사전을 사진과 같은 기억력으로 숙지하고 모든 질문에 답을 주는 척척박사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최대한 많은 사실을 기억하고 이를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는 힘을 가진 이가 지식인으로 불리었다면, 이제는 실시간으로 질의하고 그 결과를 이해하고 다른 범주의 사안에 대해 추론할 수 있는 이가 새로운 지식인으로 불리게 될 것입니다.

다시 말해 미리 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실시간으로 탐색하는 것이 새로운 지식인의 덕목으로 확장될 것입니다. 이 경우 암기력보다 중요한 것은 맥락을 파악하고 현명한 질문을 하고 그 결과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 됩니다. 이제 새로운 공부는 사실을 암기하는 것이 아닌, 원리를 파악하는 것에 중심을 두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행위의 출발점은 질문입니다. 질문은 나의 현실 인식과 그 안의 불합리 발견,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대안의 모색과 그 과정에서 기여하는 합리적 사고의 흔적들입니다. 인공지능이 답을 주고 사람이 질문을 던지는 시대, 우리 각자가 던진 질문들의 총합이 새로운 문명을 쌓아나가는 벽돌 하나하나로 작동할 것입니다.

송길영 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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