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정보통신망의 급속한 보급에 따라 가짜뉴스에 따른 피해가 양산되고 있다. 가짜뉴스는 개인에 큰 상처를 남길 뿐 아니라 국가·사회 차원에서 객관적 사실에 기반을 둔 시민들의 판단을 방해한다. 예컨대 특정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로 인한 투표 왜곡, 집단들의 상호 혐오와 갈등 유발 등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한다.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기에 가짜뉴스로 판명되더라도 신속한 피해 복구가 어렵다.
가짜뉴스 폐해 내세워 법안 강행
권력·자본의 압박수단 악용 우려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도
이재명 정부와 거대 여당은 가짜뉴스 폐해를 시정하겠다며 ‘가짜뉴스 규제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핵심은 허위조작정보를 강제적으로 규율하겠다는 것이다. 허위정보는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인 정보이고, 조작정보는 내용을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다. 해당 정보가 이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손해를 가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를 허위조작정보로 개정법은 규정했다.
개정법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로 허위조작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언론사·유튜버 등 정보 게재를 업으로 하는 자는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확정판결 이후 동일 내용을 2회 이상 반복 유통하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최대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허위조작정보 신고를 받으면 해당 정보에 대해 삭제·차단·노출 제한은 물론이고, 게재자 계정 정지·해지 등 강하게 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법의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자. 첫째,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에서는 불법·유해 콘텐트 전반에 대해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위험 평가, 위험 감소 조치, 투명성 보고 등 시스템 차원의 의무를 부과했다. 이와 달리 한국의 개정법은 정보의 진실성 여부와 유통 의도·목적을 판단 요소로 삼는 내용 규제를 하고 있다.
둘째, 권력과 자본이 비판적 표현에 대한 봉쇄 소송 등 압박 수단으로 개정법을 악용할 위험이 크다. 셋째, 법 적용 대상이 특정 사업자가 아닌 모든 이용자와 플랫폼이라는 점이다. 넷째, 허위조작정보 피해에 대한 민사적 구제와 과징금이라는 행정적 구제를 동시에 규정한 점이다. 다섯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자율규제 의무를 부과한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 등 권리를 제한하는 입법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는지에 대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이라는 4단계 테스트를 진행한다. 개정법은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될 수 있을지 몰라도,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허위, 조작, 부당한 이익, 공익 등의 개념이 불명확하다.
‘미네르바 사건’에 대해 헌재는 2010년 전기통신기본법상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한 자에 대한 처벌 조항에 대해 공익, 허위의 개념이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다며 위헌이라 판단했다. 이번 개정법은 허위조작 정보를 불법정보와는 별개로 규정한다. 불법에 해당하지 않는 정보에 대해 국가가 법적 규제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법익의 균형성 측면에도 문제가 있다.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방지라는 보호 공익과 비교해서 표현의 자유라는 사익이 본질적이고 광범위하게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 불명확한 규범과 고액 배상의 위험 때문에 알아서 침묵하는 위축 효과도 우려된다. 플랫폼이 애매한 정보까지 선제적으로 삭제·차단하는 사적 검열이 벌어질 수 있어서 헌법상 사전검열 금지 원칙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
국가가 표현의 진위를 판단해 허위표현을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 나아가 플랫폼 산업의 혁신을 가로막고 국내 플랫폼에 대한 차별적 법 집행으로 인해 경쟁력이 저하될 우려도 있다. 허위 표현에 대해 직접적인 규제보다 SNS를 포함 미디어의 팩트체크 기능을 활성화하는 등 자정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아울러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으로 이용자의 책임 의식을 키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