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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식의 시시각각] 윤석열 사형 구형, 반복된 역사

중앙일보

2026.01.14 07:30 2026.01.14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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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식 사회부국장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담한 역사가 반복됐다. 박억수 내란특검보는 13일 오후 9시35분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사형을 구형했다. 박 특검보가 낭독한 25쪽 분량 사형 구형 논고문의 핵심은 재발 위험성이었다. “민주주의는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실현할 최고의 정치제도지만 극단적인 정치 세력에 의해 파괴될 수 있고, 향후 유사한 헌정 질서 파괴 시도가 다시 반복될 위험성이 결코 작지 않다”며 “전두환·노태우 세력에 대한 단죄보다 더 엄정한 단죄가 필요하다”고 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에 대한 법정형은 최고 사형, 최저 무기형뿐인데 피고인이 반성하지 않아 양형 참작(감경) 사유가 없다고도 했다. 사형 구형은 조은석 특검의 결정이었다고 한다.

30년전 같은 법정, 전두환 사형 구형
조은석 “전·노보다 더 엄정한 단죄”
헌정 질서, 삼권분립 굳건해야 지켜

30년 전인 1996년 8월 5일 같은 417호 법정에서 군사반란 및 내란 수괴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김상희 당시 서울지검 부장검사가 사형을 구형했었다. 당시 논고문에서 “12·12 및 5·18 사건은 하극상에 의한 군사반란과 헌정 질서를 파괴한 내란”이라며 “국민에게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고 역사 발전의 수레바퀴를 오욕과 퇴보의 늪으로 떨어뜨린 반국가적·반역사적·비인도적·반민주적 범죄”라고 했다.

“억지와 변명으로 자신의 범행을 합리화하려는 태도로 일관하는 등 전혀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다”는 대목도 윤 전 대통령 구형 이유와 닮았다. 두 논고문에서 굳이 차이를 찾자면 전두환 전 대통령에겐 “정권 찬탈”, 윤 전 대통령의 경우 “권력 독점과 장기집권”을 범행 동기로 봤다는 점 정도다.

반복된 역사의 피해는 국민 몫이다. 그날 느닷없는 계엄령에 놀란 뒤 14개월째 탄핵과 수사·재판을 지켜보며 천불이 나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일과 13일 각각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진 변호인들의 31시간 유례없는 법정 필리버스터에 짜증은 덤이었다. 가장 큰 피해는 국민들이 가족과 이웃, 공동체의 갈등과 분열로 ‘두 쪽 난 나라’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점이다.

사형 구형을 받은 장본인이 14일 오전 1시 최후진술에서 진정한 사죄와 통합 호소는커녕 “비상벨 계엄”이라며 분열에 기름을 부은 건 최악이었다. “망국적인 국회의 독재에 주권자인 국민을 상대로 비상벨을 울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정치적인 리스크는 있었지만 국민들이 계몽됐다며 응원해 주시는 것을 보고 비상벨이 그래도 효과가 있구나 생각했다”는 대목이다. 오히려 특검을 겨냥해 “정치적 음모에 의해 수사라는 이름을 빌려 이렇게 치밀하게 내란몰이가 기획되고 진행되는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대통령의 국가긴급권 행사는 내란이 될 수 없다”고 강변했다. 망상에 빠진 권력자에 의해 국민은 나라가 결딴날 뻔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아직 본인만 모른다.

12·3 비상계엄으로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큰 상처를 입었다. 특검은 사형으로 역사적 비극의 재발을 막겠다고 했지만 사실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법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회복뿐이다. 삼권분립 파괴 시도를 예방하려면 입법·사법·행정의 삼부가 ‘견제와 균형’ 원리에 따라 굳건히 서면 된다. 입법부, 다수당이 내란사건 재판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란전담재판부’를 개설하는 법안을 일방 처리한 건 명백한 역주행이다.

검찰을 없애고 행정안전부 장관의 손에 9대 중대범죄 수사지휘권을 집중시키는 ‘중수청’ 신설 법안을 추진하는 것 역시 민주적 수사 제도를 만들자는 것으론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심각한 수사 지연 문제를 해결하거나 범죄 피해자 인권 보호에 기여하는 국민 편익은 고사하고 자칫 새로운 괴물을 낳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래서 권력자 손에 헌정 질서가 파괴되는 역사의 반복을 어떻게 막겠는가.




정효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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