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 경영진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14일 모두 기각됐다. 법원은 “사건의 피해 결과가 매우 중한 것은 분명하나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구속할 정도의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김 회장 등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고도 대규모 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해 투자자에게 손실을 끼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여기에 임원 3명은 1조원대 분식회계 혐의와 감사보고서 조작 혐의도 받고 있다. 제기된 혐의는 향후 보강 수사와 재판을 통해 엄정히 따져야 할 일이다.
문제는 여전히 공회전하고 있는 홈플러스 회생 해법이다.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홈플러스는 다섯 차례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연장하며 매각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결국 홈플러스는 구조조정과 기업형 수퍼마켓(SSM) 분리 매각으로 방향을 튼 상태다. 폐점도 잇따르고 있다. 가양·일산 등 5개 점포가 문을 닫은 데 이어 오는 31일에는 시흥점 등 5곳이 추가로 영업을 중단한다. 하지만 홈플러스의 이런 회생계획안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는 직접 고용 인원만 2만 명에 달한다. 포스코나 대한항공보다 많다. 입점한 중소 상인과 납품업체의 간접 고용까지 따지면 10만 명가량의 생계가 홈플러스에 달려 있다. 이런 홈플러스가 청산 위기에 내몰린 데는 최대주주 MBK와 경영진의 책임이 가장 크다. MBK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상당 금액을 홈플러스 자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조달했다. 인수 이후에는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알짜 점포를 잇따라 팔았다. 당시에도 비정한 사모펀드의 민낯을 보여주는 행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홈플러스의 경쟁력은 크게 약화했다.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MBK가 책임감을 갖고 실질적인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은 충분히 타당하다.
정부 역시 이런 사모펀드의 ‘먹튀’ 경영 행태를 제대로 감시하고 제동을 걸지 못한 책임이 있다. 특히 정치권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대형마트 의무휴일과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은 지난해 11월 일몰을 맞았지만, 국회에서 연장됐다. 전통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실상은 상인들 표를 노린 법이었고, 이후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쪼그라들고 규제 무풍지대에 있던 쿠팡만 팽창했다. 홈플러스를 인수하라고 농협중앙회 등을 압박하는 것보다 이런 시대착오적 법부터 손질해 회생의 걸림돌을 치워주는 게 정치권이 우선 할 일이다. 법정관리 1차 기한은 오는 3월 3일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MBK, 정부, 정치권 모두 사태 해결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