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어제(14일) 새벽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계엄에 대해 사과하고 쇄신안을 발표한 지 1주일 만에 쇄신은커녕 당내 갈등을 최대로 증폭시키는 결정을 한 것이다. 오늘 열리는 최고위에서 제명이 의결될 전망이다. 장 대표는 “윤리위 결정을 뒤집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당명까지 바꾸겠다면서 “이기는 변화”를 외치더니 보수 야당 대표가 이겨야 할 대상이 겨우 당내 반대파였던 것인가.
윤리위는 한 전 대표의 가족이 1000여 건의 당내 게시판 글을 올렸다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당 지도부를 비방해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해 당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제명 이유를 밝혔다. 당원게시판 파문은 한 전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는 게 사실이다. 가족들까지 가세한 글들의 작성 경위와 의도도 문제지만, 의혹이 불거졌을 때 시인도, 사과도 하지 않아 갈등을 키웠다. 그렇다고 해도 당사자의 해명도 제대로 듣지 않고 전직 당 대표를 기습 제명할 정도의 중대한 잘못인지는 의문이다. 게시판 글보다 훨씬 심각한 공천 헌금 의혹 당사자의 소명을 5시간 넘게 들은 더불어민주당과도 대비된다. 얼마 전까지 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입틀막’이라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정작 자기 당의 징계 절차에선 민주주의의 원칙을 어긴 것 아닌가. 그러니 장 대표의 의중은 쇄신보다 ‘걸림돌 제거’에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해서는 안 될 ‘뺄셈의 정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장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가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한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 윤리위가 제명 의결 의사봉을 두드릴 무렵 윤 전 대통령이 법정 최후진술을 했다. 특검의 공소장은 “망상과 소설”, 특검팀은 “맹목적으로 달려들어 물어뜯는 이리떼”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에 대한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런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국민의힘은 내부 계파 갈등조차 극복하지 못하는 무기력에 빠져들고 있다. 당의 고립과 퇴행을 자초하는 지도부와 당권파의 실책은 이뿐이 아니다. 박민영 국민의힘 미디어대변인은 그제 보수 원로들이 한 전 대표 징계를 우려하자 “평균연령 91세 고문님들의 민망한 아집”이라고 비하했다.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패륜”에 비유하기도 했다.
장 대표 주변에 병풍을 친 당권파들의 과격 발언이 강성 지지층엔 사이다처럼 시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런 발언이 나올수록 국민의힘이 불잡아야 할 중도층의 민심은 멀어져 갈 뿐이다. 수권정당이 갖춰야 할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과 품격을 보여주지 못하면 당의 간판을 백번 바꿔본들 유권자는 외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