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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혁명도 이번 시위도…이란 '그랜드 바자르' 상인들이 시작

연합뉴스

2026.01.14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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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알화 폭락, 물가 폭등에 '생존 위협'…경제난 항의 시위가 전국 확산
1979년 혁명도 이번 시위도…이란 '그랜드 바자르' 상인들이 시작
리알화 폭락, 물가 폭등에 '생존 위협'…경제난 항의 시위가 전국 확산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1979년 이란 혁명을 앞두고 이란 수도 테헤란의 상업 중심지 '그랜드 바자르' 상인들은 운명의 결정을 내렸다.
당시 팔레비 왕조의 서구식 백화점 도입 강행에 생존권 위협을 느낀 상인들은 혁명 세력에 지지와 자금을 보냈다. 이는 이란 이슬람 공화국 탄생의 도화선이었다.
그로부터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랜드 바자르가 다시 한번 역사적인 시위를 촉발한 현장이 됐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이란 시위는 극심한 경제난에 항의하는 테헤란의 상인들로부터 지난달 28일 시작됐다. 바자르의 골목길에는 '독재자에게 죽음을', '자유, 자유' 같은 반정부 구호가 울려 퍼졌고, 시위대는 진압에 나선 경찰과 충돌했다.
시위로 혼란이 확산하면서 많은 상점이 문을 닫았고, 전국 각지의 상인과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이란 혁명 이후 손꼽히는 규모의 격렬한 시위로 번졌다.
그랜드 바자르 상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정권과 연계된 거대 재벌에 밀려 쇠퇴한 지 오래됐지만, 이번 시위는 상인들이 가진 상징적인 영향력을 일깨웠다.

지난 수년간 미국발 제재, 작년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으로 악화한 경제난은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게 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리알화 가치는 '12일 전쟁' 이후 약 40% 폭락했으며, 지난달 이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40%를 넘어섰다.
그랜드 바자르에서 수입 가전제품을 판매하는 나세르는 최근 상점 문을 닫고 거래를 중단했다. 정치적 결정이 아닌, 리알화의 변동성 탓에 거래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
그는 "내가 아는 상인 중 체제 전복을 적극적으로 꾀하는 사람은 없다"며 "지금 가진 물건을 팔면 나중에 다시 채워 넣을 수가 없다"고 FT에 말했다.
이란 혁명 당시 현 이슬람 공화국 체제 수립에 앞장선 바자르 상인들이, 이제 역설적으로 그 체제에 맞서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 지도부는 상인들에 대한 공개적 비난을 자제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많은 시위자가 구금됐으나 상인이 체포됐다고 확인된 보고는 없다.

당국자들은 상인들이 '폭도'들과 달리 정당한 불만을 제기할만한 경제적 고충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도 이달 초 바자르 상인들이 정치 체제에 "가장 충성스러운" 이들이며 화폐 가치 급락에 대해서도 "당연히 걱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최근 이란 정세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시위대를 지지하며 개입하겠다고 거듭 위협했으며, 이란은 미국의 공격에 보복하겠다고 맞섰다.
불안과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상인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길어져 임대료와 직원 임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할까 봐 걱정한다고 FT는 전했다.
한 식품 상인은 "대부분 상인이 치안 불안을 걱정한다"며 "달러 환율이 요동치면 전체 가격 체계가 무너지고 자산 가치가 순식간에 반토막 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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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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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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