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5지 선다 순서까지 똑같다…일타강사에 1억 받은 교사 '충격 재출제'

중앙일보

2026.01.14 17:46 2026.01.14 18:1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서울 송파구의 고교 교사 A씨가 사교육 업체에 제공한 문항을 본인이 재직 중인 고교의 중간·기말고사에 그대로 출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왼쪽이 사교육 업체에 제공한 수능 모의고사 문항, 오른쪽이 학교 시험 출제 문항. 검찰 공소장, 박준태 의원실 제공
‘일타강사’ 현우진(39)·조정식(44)씨와 함께 기소된 현직 고교 교사가 사교육 업체에 판매한 문항을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의 중간·기말고사에 그대로 출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교사는 문항 제공 대가로 1억원이 넘는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씨와 조씨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모의고사 문제 등을 부정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15일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공소장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의 한 고교에서 ‘생활과 윤리’를 가르치는 교사 A씨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사교육 업체와 계약을 맺고 수능 대비 모의고사 문항을 제공해 왔다. A씨는 문항 제공의 대가로 업체로부터 2022년 3월 1692만원을 받는 등 총 13회에 걸쳐 1억879만원을 받았다.

A씨는 사교육 업체에 판매한 문항을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의 중간·기말고사 시험 문제로도 출제했다. 2022년 1학기 중간고사와 2학기 중간·기말고사에 출제된 문항 가운데 사교육 업체에 판매한 문항과 비교하면 지문 전체 문장과 5개 선택지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문항은 보기나 선택지 순서조차 바꾸지 않은 채 출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송파구의 고교 교사 A씨가 사교육 업체에 제공한 문항을 본인이 재직 중인 고교의 중간·기말고사에 그대로 출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왼쪽이 사교육 업체에 제공한 수능 모의고사 문항, 오른쪽이 학교 시험 출제 문항. 검찰 공소장, 박준태 의원실 제공
실제 2019년 4월 사교육 업체에 제공된 수능 대비 모의고사 문항은 2022년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 그대로 출제됐다. 이 문항은 사교육 문제와 비교해 지문과 5개 선택지가 그대로 사용됐고, 학교 시험에서는 문제 상단에 인물 삽화가 추가된 점 외에 변화가 없었다.

2020년 판매한 수능 대비 모의고사 문항도 2022년 2학년 2학기 기말고사에 그대로 출제됐는데, 인물 삽화의 캐릭터만 조금 바뀌고 나머지는 그대로였다. 유전자 개입과 인간 존엄성, 성과 가족 윤리를 주제로 한 문항들에서도 이 같은 출제 방식이 반복됐다.

서울 송파구의 고교 교사 A씨가 사교육 업체에 제공한 문항을 본인이 재직 중인 고교의 중간·기말고사에 그대로 출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왼쪽이 사교육 업체에 제공한 수능 모의고사 문항, 오른쪽이 학교 시험 출제 문항. 검찰 공소장, 박준태 의원실 제공
검찰은 A씨가 이런 방식으로 2022년 한 해 동안 총 13개 문항을 거의 그대로 학교 시험에 출제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A씨가 사교육 업체에 판매한 문항을 학교 시험에 그대로 사용해 시험 출제 업무의 공정성과 신뢰를 해쳤다”며 청탁금지법 위반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현우진, 조정식
한편 이 사건과 함께 기소된 현우진·조정식씨는 현직 교사들에게서 문항을 받는 대가로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이르는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최태은)는 지난달 29일 두 사람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사립학교 교원은 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한 사람에게서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해 금품을 받을 수 없으며, 이를 제공한 사람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

검찰에 따르면 현씨는 2020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고교 수학 교사 A씨에게 수학 시험 문항을 받는 대가로 1억7909만원을 보내는 등 교사 3명에게 총 4억2217만원을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씨는 기소 사실이 알려진 뒤 “현직 교사 신분인 EBS 저자와 문항 거래를 한 것은 맞지만, 교사라는 이유로 프리미엄을 지급한 사실은 없고 다양한 문항 수급 채널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후연([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