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5일 “사법부가 배제된 사법개혁은 전례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법부 구성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천 처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본관 16층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사법부 불신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사법부는 개혁의 대상이 아닌 동반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처장은 “사법부가 개혁의 동반자가 아닌 대상으로 전락하는 아픔을 겪게 된 것은 국회 및 정부와 상호 존중 하에 국민을 위한 사법개혁을 추진하려는 우리의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 아닌가 돌이켜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불민함에서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며 “그로 인해 사법부에 불신을 갖게 된 모든 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법부가 개혁의 동반자로 참여해야 한다는 요청을 지속해서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사법부가 배제된 사법개혁은 1987년 헌법 체제 이후 수십 년간 행해져 온 사법제도 개편과 관련된 역사를 보아도 그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는 재판 등 사법서비스의 이용자이자 당사자인 시민들을 비롯한 현장의 목소리를 배제하게 됨으로써 사법접근권의 실질적인 축소 및 후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사법개혁은 시간과 자력을 겸비한 당사자에게 무한소송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분쟁해결이 사실심에서의 한 번의 재판으로 신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염원에 부응하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사법부 구성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기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천 처장은 시급한 개혁이 필요한 사법제도의 영역으로 압수수색·구속·디스커버리·국민참여재판 제도, 노동법원 등 법원의 전문화, 판결문의 완전한 공개, 사실심의 충실·신속화를 위한 조치 및 이를 전제로 한 심급구조의 개선 등을 예로 들었다.
이날 천 처장은 “새로 구성될 법원행정처가 국회 등과의 긴밀한 소통 하에 이러한 사법개혁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마무리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13일 천 처장의 후임으로 박영재 대법관을 16일 자로 임명했다. 2024년 1월부터 2년 임기를 마친 천 처장은 대법관으로 재판업무에 복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