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중국으로 수출되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에 대해 자동차 등에 적용된 품목별 관세의 근거인 무역확장법 232조를 제시하며, 관세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국의 대미(對美) 3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가 품목관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귀국 일정을 미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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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수출 분량 관세…수익 국고 환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서명한 포고문은 엔비디아의 H200과 AMD의 MI325X 등 첨단 AI 반도체의 대(對)중국 수출을 허용하는 대신, 대중 수출 물량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또 중국에 부과한 관세를 국고로 환수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중국은 그것(AI 반도체)을 원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원한다”며 “우리는 그 칩 판매액의 25%를 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아주 훌륭한 거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가 되는 반도체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반도체 ‘블랙웰’과 곧 출시 예정인 ‘루빈’을 언급하면서 “그 두 개가 최상위이지만, 이것도 아주 좋은 칩”이라며 관세 적용 대상이 H200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H200의 중국 수출을 허용한다면서 판매액의 25%가 미국에 지급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미국 상무부도 전날 관련 규칙 개정 절차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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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핀셋 관세’…대상 확대 가능성
윌 샤프 백악관 문서 담당 비서관은 해당 관세에 대해 “미국으로 수입된 반도체 중 미국 내에서 AI나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사용되지 않는 반도체에 대해 부과된다”며 “미국을 거쳐 다른 외국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확히 부합하는 대상은 엔비디아다. 엔비디아 반도체는 사실상 전량 대만의 TSMC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운반되는 ‘수입 후 재수출’로 유통된다. 중국 수출 물량의 미국 운송 과정에서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중국은 미국보다 최소 25% 비싸게 반도체를 구매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무역확장법 232조는 어떤 품목과 파생 제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해칠 위험이 있는 규모나 조건으로 수입될 경우 대통령이 그 수입을 조정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권한을 부여한다”며 “여기에는 외국 무역 대상국들과의 협상과 함께 관세를 포함한 수입 조정 조치가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 관련 관세 부과 대상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날 백악관이 공개한 팩트시트엔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해 반도체 및 그 파생 제품 수입에 대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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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교섭본부장 ‘긴급 U턴’…“韓 영향 분석”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에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하자 당초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이날 귀국하려던 여한구 본부장은 일정을 늦추고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로 했다.
여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 유니온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롭게 반도체와 핵심광물 관련한 행정명령이 발표됐는데 하루 더 (워싱턴에) 묵으면서 진상 파악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당초 기차편으로 뉴욕으로 이동해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었다.
여 본부장은 “면밀하게 (포고문과 행정명령을) 지켜보는 과정이기 때문에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국 현지에서 추가로 파악하고 (미국측 인사들을) 만나야 할 부분은 있는지 판단하기 위해 하루 정도 더 있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포고문엔 반도체 관련 사안 외에도 핵심 광물 수입이 미국 안보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교역 대상국들과 협상을 개시하도록 하고, 협상 결과에 따라 특정 핵심광물에 대해 최소 수입가격을 설정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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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영향 제한적…파생상품 등 민감”
한국정부 소식통은 이날 통화에서 “이번 조치는 일단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즉각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출 통제 대상 또는 심사 대상인 중국과 달리 한국은 통제 대상이 아니다”라며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및 현대차에 반도체를 대량 공급하기로 한 조건에도 TSMC 생산품을 한국으로 바로 수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대만에서 생산된 반도체가 미국을 거치지 않고 한국으로 수입될 경우 관세가 부과될 수 있는 과정이 사라지게 된다. 또 한국의 대미 주력 수출품인 디램(DRAM) 등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근본적으로 미국 내수용으로 수출되기 때문에 관세가 적용될 가능성이 적다.
반면 반도체를 활용한 파생상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타격을 있을 거란 우려도 있다. 반도체에 대한 품목관세를 명분으로 반도체가 다수 포함된 스마트폰과 각종 전자제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한국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될 수 있다.
다만 외교가에선 선거를 앞두고 물가에 민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파생상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삼성전자의 갤럭시폰뿐만 아니라 애플의 아이폰은 물론 전체 가전제품 가격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외교소식통은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첨단 반도체 수출액의 25%를 국고로 환수하겠다고 했지만 수출 관련 법에 이를 실현할 근거가 없어 관세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조치는 선거를 앞두고 신속한 국고 수익 확대를 홍보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