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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공단, '533억 담배 소송' 2심도 패소…"상고할 것"

중앙일보

2026.01.14 21:34 2026.01.1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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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주식회사 케이티앤지 외 3명 손해배상 청구 2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나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뉴스1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법원이 담배와 폐암과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는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다. 공단은 “법원의 유보적 판단이 비통하다”며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6-1부(부장 박해빈)는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내 담배회사 3사(KT&G·한국필립모리스·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533억원 손해배상 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항소를 기각했다.

공단은 2014년 4월 담배회사 3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가 533억원은 30년 이상 20갑년(1년간 하루에 한 갑씩 피울 때의 소비량) 흡연 후 폐암·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공단이 10년간(2003~2012년) 지급한 진료비다.

재판의 쟁점은 ▶흡연과 폐암 발병 간의 인과관계 ▶담배회사의 담배 설계상·표시상의 결함이 있는지 ▶담배회사가 담배의 중독성을 은폐·축소했는지 등이다.



“흡연과 발병 상관관계 연구결과 한계 있어”

재판부는 “원고는 역학적 상관관계만으로도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고 피고들이 폐암 등의 발생이 다른 요인에 기인한 것임을 증명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역학적 연구결과가 실제로 특정 개인의 질병에 대한 개별적인 원인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는 않는 한계가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등의 발생 사이에 역학적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고, 개인이 흡연한 시기와 흡연 기간, 폐암 등의 발생시기, 흡연하기 전 건강상태, 생활습관, 질병 상태의 변화, 가족력 등의 사정을 추가로 살펴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제시했다.

공단은 니코틴 함량을 줄인 담배를 제조하지 않거나 첨가제 사용, 천공필터 도입이 설계상의 결함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천연 담뱃잎에 함유된 니코틴 양을 일정 수준으로 줄여 담배를 제조하지 않은 것이 설계상 결함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첨가제가 없는 담배가 더 안전하다거나 단순 필터가 장착된 담배가 천공필터가 장착된 담배보다 덜 유해할 것이라고 일반화하기 어렵다고 봤다.

담뱃갑에 유해성과 의존성 등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경고문구를 표시하는 외에 추가적인 설명이나 경고 표시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표시상의 결함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담배의 유해성과 의존성이 사회 전반에 널리 알려진 점 등을 고려하면 이를 기망하거나 은폐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주요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33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2심 선고 재판이 열린 15일 서울 한 편의점에서 점원이 진열된 담배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공단 “과학과 법의 괴리 커…상고할 것”

공단은 공해소송에서 처럼 인과관계에 관한 입증책임을 완화해달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공해와 달리 발암물질이 흡연자에게 전달되는 것은 흡연자의 구매 및 흡연으로 인한 것이라 차이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단은 항소 과정에서 고도 흡연자 심층 분석 자료 등을 추가로 제출하면서 담배와 폐암과의 인과관계 입증과 제조사의 책임 강조에 주력한 바 있다.

다만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사이의 역학적 상관관계가 인정되고, 이 사건 대상자들이 30년 이상 20갑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자들로 폐암 또는 후두암 진단을 받은 점 등의 사정을 비중있게 고려해 개별적 인과관계를 판단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들의 불법행위가 증명되지 않아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어 개별적 인과관계에 관해선 더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1심에서도 공단이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2020년 11월 폐암 등 질병과 흡연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또 “흡연이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사회 전반에 널리 인식되고 있었다”며 “흡연 여부는 자유의지에 따른 선택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또, 공단이 보험급여를 과도하게 지급했다 하더라도 이는 공단의 역할에 따른 것일 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볼 수는 없다고 봤다.

공단은 판결을 마친 직후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과학과 법의 괴리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며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법원이 아직도 유보적 판단을 한다는 것은 비통한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차준홍 기자



김보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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