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임신했을 때 심장이 좋지 않다는 진단을 듣고 많이 걱정했지만, '아이는 우리가 잘 치료할 테니 출산에만 집중하라'는 의료진의 단호하고도 자신감 있는 말에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체중 1.5㎏의 초저체중 이른둥이로 태어난 홍이준(1)군의 어머니 신효진(46)씨는 임신 중 태아의 심장 이상을 알게 됐던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선천성 심장병을 가지고 태어난 홍군은 상태 악화로 생후 8일 만에 수술대에 올랐다. 홍군의 심장 크기는 성인 엄지손가락 길이 정도인 약 4.5~5㎝에 불과했다. 혈관 역시 바늘보다 얇아 고난도 수술이었지만,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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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손가락만 한 심장에 생긴 기형, 생후 8일 만에 치료 성공
서울아산병원은 15일 소아심장외과 윤태진 교수팀이 홍군의 복잡한 심장 기형을 한 번의 수술로 정상화하는 완전 교정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신씨는 "아이에게 기적을 주신 만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잘 키우겠다"며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했다.
홍군은 1년 넘는 시험관 시술 끝에 신씨가 45세에 얻은 소중한 아이다. 그러나 신씨는 임신 중이던 지난해 8월 홍군이 '활로 4징'이라는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홍군은 출산 예정일보다 한 달 빠른 임신 35주차인 지난해 11월 10일 태어났다.
심장과 혈관의 네 곳에 구조적 이상이 생긴 활로 4징은 1만 명당 3~4명꼴로 발생하는 희귀한 복잡 심장기형이다. 심장의 구조적 결함 때문에 온몸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청색증이 나타난다.
활로 4징의 표준 수술법은 한 번의 수술로 심장 구조를 바로 잡는 '완전 교정술'이다. 가슴을 열어 심장을 멈춘 상태에서 심실중격(좌우 심실 사이 벽) 결손을 막고 판막을 성형하는 고난도 수술로, 일반적으로 생후 4개월 이후 몸무게가 충분히 늘어난 환아에게 주로 시행된다.
홍군 같은 저체중아는 전신 동맥을 폐동맥에 임시로 연결하는 단락술이나 우심실 유출로에 그물망을 넣는 스텐트 시술과 같은 임시 수술을 먼저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치료는 2차 수술이 필요하고, 폐동맥 판막을 영구적으로 손상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때문에 의료진은 홍군이 수술에 적합한 체중으로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산소포화도가 점점 떨어지고 무산소 발작까지 보여 치료를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집도의인 윤태진 교수는 완전 교정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홍군은 태어난 지 8일 만인 지난해 11월 18일 수술장으로 옮겨졌다. 윤 교수는 성인 엄지손가락 크기의 심장을 열어 심실중격 결손을 막고, 우심실 유출로의 협착을 제거했다. 또 폐동맥 판막은 유지하면서 심장의 혈류가 정상적으로 흐를 수 있도록 교정했다. 홍군 몸이 워낙 작아 장시간 수술이 예상됐지만, 의료진은 4시간 만에 수술을 마쳤다.
수술 후 시행한 심장 초음파 검사 결과 홍군의 심실중격 결손은 완벽히 복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폐동맥 판막도 협착이나 역류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집중 치료를 받은 홍군은 수술 49일 만인 지난 5일 체중 2.2㎏의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윤태진 교수는 "홍군을 치료하는 일은 의료진에게도 도전이었다"라면서도 "아이가 재수술받지 않도록 폐동맥 판막을 최대한 살려 한 번에 교정하는 것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