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이하 전략위)가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모델 저작물 학습에 대한 ‘선(先)사용 후(後)보상’ 방안을 두고 창작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진화에 나섰다.
15일 전략위는 지난달 공개한 ‘대한민국 AI 행동계획’(액션플랜) 내용 중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관련 조항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저작권 관련 협회 및 단체들과 간담회를 열어 해명에 나섰다. 데이터분과장인 백은옥 한양대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교수는 “이미 시장에서 거래되는 저작물은 ‘선합의 후사용’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강조하지 않았다”며 “거래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을 풀어보자는 게 정책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전략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AI 액션플랜 초안에는 AI 학습에 법적 불확실성 없이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 개정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전략위가 사전 허가를 받지 않고도 AI 학습에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는 선사용 후보상 방안을 관계 부처와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중앙일보 2025년 12월 29일자 5면〉이후 한국방송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작가회의 등 창작단체 16곳이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공동성명을 내는 등 반발이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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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용 아닌 거래 활성화 지원”
전략위는 문제가 된 ‘선사용 후보상’ 원칙이 저작권자가 명확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가 명확하고 기존에 거래시장이 있는 경우에는 선사용 후보상 대신 합리적 거래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뉴스, 신문, 출판도서 및 문헌, 방송, 음악, 영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략위는 대국민 의견수렴을 거쳐 수정안을 마련했다. 수정안엔 “뉴스, 도서·문헌 출판, 신문, 방송 음악·영상처럼 원 저작권자를 명확히 알 수 있으며 저작권신탁관리단체 등이 존재하고 이미 거래시장이 형성된 분야에 대해서는 저작권자의 권리를 인정하며 해당 시장에서 합리적인 거래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다만 저작권자가 불명확하거나 거래시장이 없는 온라인 게시물 등은 저작권자의 거부권 행사를 지원하되, AI 학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부가 지원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이나 오픈소스를 지향하는 AI 모델의 학습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대상으로 삼아 저작물 활용을 촉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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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협회 “AI 투명성 확보 선행돼야”
이날 저작권 관련 단체들은 저작권자 보호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수 한국신문협회 디지털협의회장은 “저작권자의 권리가 명확히 보호돼야 한다는 원칙이 있어야 지속가능한 AI 산업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AI 기업들은 공개가 어렵다고 하지만 학습의 투명성 법제화가 거래 활성화의 전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추가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은 “지금도 작자 미상이라는 이유로 노래를 사용한 후 저작권자가 밝혀져 분쟁을 일으킨 사례가 많다”며 “저작권법에 이미 공정이용 일반 조항이 있고 AI 학습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면책을 중심으로 입법을 추진하는 건 성급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산업계는 AI 생태계 육성을 위한 데이터 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상임이사는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십만장이 있어도 데이터가 없으면 활용할 수 없다”며 데이터 거래 활성화를 촉구했다. 박연정 한국AI·SW(소프트웨어)산업협회 전무는 “지금은 AI 패권 경쟁에서 선도국이 될 건지, 종속국이 될 건지를 결정하는 골든타임”이라며 “중소기업들이 저작물 사용 허가를 받기 위해 일일이 협상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호소했다.
전략위는 관계부처와 이해관계자들 간 지속적인 만남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임문영 부위원장은 “국내 저작물들은 해외와 달리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하며 수익으로 이어지지도, AI기업이 활용하지도 못한 채 회색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며 “창작자와 AI산업이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