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버스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 사인하면서 서울 대중교통은 정상화됐다. 다만 민주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서울시버스노동조합(시내버스 노조)이 요구하던 사항을 대부분 반영하면서 서울시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시내버스 노사 양측은 14일 오후 3시부터 9시간가량 진행한 지난해 임단협에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역대 최장 시내버스 파업 이후 과제
이에 따라 지난해 서울 시내버스 조합원의 임금인상률은 2.9%로 결정됐다. 1차 조정안(0.5%)과 비교하면 2.4%포인트 높다. 애초 시내버스 노조가 요구했던 인상률(3.0%)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노조안이 받아들여졌다는 평가다.
노조의 또 다른 요구였던 정년 연장도 합의안에 포함했다. 기존 63살이던 정년은 단계적으로 연장한다. 올해 7월부터 64세까지 정년을 연장하고, 2027년 7월부터는 65세가 정년이다.
다만 시내버스 노조가 요구한 ‘서울시의 버스 운행 실태 점검’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향후 노·사·정이 공동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 버스 운행 실태 점검은 서울시 보조금을 투입하는 버스가 안전·정시성·공공성을 준수하는지 관리·감독하는 제도다.
이처럼 노조 주장을 상당 부분 담은 것과 대조적으로,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시내버스 조합)의 핵심 요구는 합의안에서 빠졌다. 조합 측은 임금 인상과 더불어 통상임금 판결에 따른 임금 체계를 개편하자고 요구했다. 하지만 결국 임금 체계 개편은 유예하고, “소송 결과에 따라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 방식을 결정하자”는 시내버스 노조의 요구를 수용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지자체)는 지난해 10% 안팎의 임금을 인상하는 대신, 통상임금 소송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임금 체계를 개편했다. 준공영제 형태를 도입해 시내버스를 운영하는 7개 지자체 중 임단협에서 임금 체계를 개편하지 못한 곳은 서울시가 유일하다.
시내버스 노조 주장 대부분 반영
지난해 임단협이 노조 측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면서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대한 효용 논란도 불거진다. 서울시가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준공영제는 버스회사에 적자가 발생하면 지자체가 세금으로 보전하는 구조다.
실제로 이번에 노사가 합의한 임금인상률(2.9%)과 별개로, 임금 추가 인상은 확정적이다. 법원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다. 다만 그 비율을 두고 현재 노사 양측이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이 소송에서 법원이 노조 주장을 모두 수용할 경우 추가로 최대 16.4%의 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지난해 임금인상률이 이번에 합의한 2.9%가 아니라 최대 19.78%에 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24년 서울 시내버스 조합원 연평균 급여는 6324만원이다. 통상임금 판결이 나오면 지난해 평균 연봉은 최대 7575만원으로 뛴다는 뜻이다.
서울시는 임금을 1% 인상하면 연간 150억원의 추가 지출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서울시가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재원은 2970억원 안팎이다. 별개로 올해 임단협에 따라 추가로 2970억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임금 인상분을 제외하고, 서울시가 시내버스 업계를 지원하면서 누적된 부채는 지난해 기준 8785억원이다.
황지욱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위원장은 “서울 시내버스 파업의 근본 원인은 서울시 준공영제가 총괄 적자 보전 구조로 굳어져 비용 통제·성과 책임·투명성이 취약한 채 운영했기 때문”이라며 “서울시는 파업이 끝났다고 봉합하는 대신, 준공영제 자체를 시민 관점에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급격히 불어난 인건비가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준공영제 특성상 과도한 재정 부담은 결국 시민의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은 “서울시든 사업자든 이렇게 일시에 임금을 인상하면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요금 카드를 꺼낼 것”이라며 “민간 기업(버스조합) 노동자의 임금을 인상하기 위해 서울시민이 ‘호구’가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