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강선우 의원(무소속)에게 공천 대가 뇌물 1억원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 김경 서울시의원을 3일 만에 다시 불러 조사했다. 앞서 지난 11일 미국에서 귀국 직후 다음날 새벽까지 3시간 30분가량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또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와 관련해선 배우자의 동작구의회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 전직 동작경찰서 수사팀장 A씨, 각종 의혹을 진술해온 전직 보좌관 B씨도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15일 오전 9시 공공범죄수사대가 있는 서울경찰청 마포청사로 출석한 김 시의원은 검은색 코트에 정장 차림이었다.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한 채 출석한 1차 조사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김 시의원은 취재진에게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오늘 조사에서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씀드리고,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강선우 의원에게 직접 1억원을 전달한 게 맞는가’ ‘경찰에 임의 제출한 PC는 왜 초기화했는가’ 등의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김 시의원이 미국 체류 중 제출한 자수서를 중심으로 현금 전달과 반환 경위, 공천을 목적으로 금품을 전달했는지 여부 등을 추궁했다. 김 시의원 측은 이날 사용하던 노트북과 태블릿 PC도 경찰에 임의제출했다. 김 시의원은 지난 1차 피의자 조사에서 자수서에 기재된 내용 대부분을 인정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김 시의원 측이 제출한 자수서에는 한 카페에서 강 의원과 그의 보좌관 남모씨를 만났고, 남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강 의원에게 1억원을 직접 전달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남씨가 돈을 보관했다가 김 시의원 측에 반환했다고 한 강 의원의 기존 해명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에 따라 실제로 돈을 받았다가 돌려준 주체가 누구인지가 경찰 수사의 주안점이자, 뇌물죄 적용 여부를 가르는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김 시의원 측 주장대로 강 의원이 직접 돈을 받았다면, 반환 여부와 관계없이 뇌물죄가 성립할 수 있다. 뇌물액이 1억 이상이면 특가법의 적용을 받아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크다. 반면 강 의원 주장대로 보좌관을 통해 돈을 받았다면 제3자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으며, 이는 일반 뇌물죄보다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볍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좌관에게 돈을 줬다 하더라도 제3자 뇌물죄가 아닌 일반 뇌물죄가 성립한단 해석도 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제3자가 완전히 분리된 관계여야 하는데, 국회의원과 보좌관의 관계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며 “일반 뇌물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강 의원 측에 오는 20일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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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김병기 '비밀 금고' 추적 계속
경찰은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전날 김 전 원내대표 주거지, 그의 차남 주거지 등 6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때 차남 집에서 김 전 원내대표 부부가 귀중품 등을 보관하는 것으로 알려진 1m 크기의 개인 금고는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찰은 김 전 원내대표의 보좌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금고의 존재를 파악했는데, 정작 차남 집엔 금고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차남의 숭실대 특혜 편입 의혹과 관련해 이지희 동작구의원 사무실 PC에 저장되어 있던 ‘인서울 컨설팅 보고서’도 영장 범위를 벗어난 이유로 압수하지 못했다가 이날 뒤늦게 임의제출 받았다. 수사가 수개월 지연된 뒤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부실 수사 논란이 또다시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금고가 차량 등을 이용해 옮겨져 제3의 장소에 은닉됐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