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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액가맹금 과해" 가맹점주 손 들어준 대법…업계 소송 이어질까

중앙일보

2026.01.15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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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피자헛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받아온 차액가맹금 수백억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15일 나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한 피자헛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프랜차이즈 업계의 ‘갈등 뇌관’이었던 한국피자헛 차액가맹금 소송에서 대법원이 가맹점주의 손을 들어줬다. 2022년 12월부터 이어진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소송이 3년여 만에 마무리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따라 최대 1조원대 유사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5일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이 본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원고 일부 승소)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피자헛은 가맹점주에게 215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재판부는 “가맹본부가 차액가맹금을 수령하는 경우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의 구체적인 의사 합치가 필요하다”며 한국피자헛 본사와 점주 간에는 이런 계약이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서울 시내의 한 치킨매장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차액가맹금은 일종의 유통마진으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에게 물품을 공급하고 받는 대가에서 적정 도매가격을 뺀 차액이다. 국내 주요 외식업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에 물품을 공급할 때부터 물품 가격에 차액가맹금을 포함한다.

앞서 한국피자헛은 점주들과 가맹계약을 체결할 때 최초 가맹비를 받고, 매달 총수입의 6%에 해당하는 고정수수료(로열티)와 광고비(총수입의 5%)를 추가로 받기로 했다. 여기에 피자 원·부재료를 공급하며 가맹점이 구매하도록 했다. 이에 가맹점주들은 한국피자헛이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고 차액가맹금을 받아갔다며 이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날 한국피자헛은 입장문을 내고 “판결을 존중하며 이번 사안의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과도한 차액가맹금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자영업계에서 지속해서 지적돼 온 문제다. 지난해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모 치킨 프랜차이즈의 2024년 차액가맹금 평균은 약 8700만원으로, 가맹점 평균 매출액의 16.45%를 차지했다.

김영옥 기자
이번 판결로 프랜차이즈 업계엔 초비상이 걸렸다. 교촌치킨·BBQ·버거킹·투썸플레이스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본사를 상대로 차액가맹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업계에선 이들 업체가 최종 패소할 경우 피해 보상액과 소송 비용이 수천억~1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피자헛 소송에서 차익가맹금을 명시하라고 한 만큼 본사에 악감정을 가졌거나 폐업한 점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업계의 70% 이상이 로열티가 없는 차액가맹금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향후 방식을 바꾸더라도 과거에 낸 차액가맹금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반환을 요구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차액가맹금이 한국의 독특한 프랜차이즈 사업구조에 따른 것이어서 한국피자헛 사례가 확대 적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원 판결은 가맹계약서에 차액가맹금과 관련한 언급이 없었던 게 쟁점”이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업체들과 피자헛과는 상황이 다르니 향후 소송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피자헛은 로열티와 차액가맹금까지 이중 수취했기 때문에 국내 프랜차이즈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가맹 본사와 점주 간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업계, 가맹점주 등 관계자들이 소통할 기회를 마련해 본사의 수익구조를 투명화하고 관리감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노유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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